여객선 세월호 침몰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 임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서 40일도 채 남지 않은 6.4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권문책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는 어린 생명들을 지켜보면서 '투표를 통해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며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히는 국민이 늘고 있다.
기말시험과 취업, 고시 준비에 내몰려 지방선거에 큰 관심이 없던 젊은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대학에서 복지행정을 전공 중인 김모(22·남) 씨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다. 무능한 정부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선거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준비생인 김모(25·여) 씨는 "세월호 사고를 정부 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투표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주부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는 주부 안지현(33·여)씨는 "정부 대응을 보니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다"면서 투표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도민인 이모(32·남) 씨는 "정부가 믿음을 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이런 때 일수록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직장인 김옥주 씨는 "세월호 참사가 후보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고 전호진(30·남)씨는 "(세월호 사고가) 이명박 정부와도 얽혀있는 문제라 여당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율이 높았던 노년층 역시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손주같은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서울시 유권자인 박모(79·남) 씨는 "정의감으로 당당하게 투표할 것이다. 당당하게 심판해야 한다"며 투표를 통해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세월호 사고는 도덕과 생명의 존엄성이 완전히 무너진 박근혜 정부의 자화상"이라며 "대통령이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이 말은 결국 자기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86세인 한 용인시민(남)은 "이번 세월호 사고는 투표에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면서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누구를 뽑아야 할 지 고민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번 대형 참사가 정부와 청와대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한 부재와 불신으로 연결되면서 정권 견제론이나 평가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여권으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