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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 참사] 책임총리와 책임지는 총리

    • 2014-04-28 06:09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려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2일만인 27일 사퇴를 표명했다. 사고예방과 초동대응,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의 난맥상에 사과한 뒤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되 시점은 사고수습 이후로 미뤘다.

    희생자 구조와 선체인양 등 사고 수습이 한창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총리 한 명만 서둘러 퇴진시키는 게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총리의 사의표명은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는 야당의 비판과 여론의 흐름도 참작했음직하다.

    다만 경질이 예고돼 ‘이빨빠진’ 총리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할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 대통령이 어차피 사표를 나중에 수리하기로 했다면,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는 게 옳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약속했다. 과거 정부에서 이미 권력집중의 폐해가 드러났던 만큼 많은 국민들은 ‘이번엔 제대로 하겠지’라며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책임총리’는 ‘책임지는 총리’로 전락했다. 이번 사의표명은 청와대와 총리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도 “청와대와 상의했다”고 밝혔다. 안산의 합동분향소 추모객이 1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과 관련해 총리 사의표명을 민심 수습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대응에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만큼 총리의 사의표명 자체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각 총사퇴를 통해 국정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제는 그동안 국정운영이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다보니 총리가 국정의 2인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고 내각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진 대통령의 사과 없이 총리가 사의표명을 한 것이 과연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어루만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우선 인사문제다. 지금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선체 인양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총리와 일부 장관,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해 사실상 2기 내각구성에 준하는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대통령이 만기친람식으로 그 많은 국정을 혼자서 다 챙기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책임총리, 책임장관의 역할을 할 만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한 뒤 권한을 부여하고 결과에 책임을 물려야 한다.

    국가재난시스템도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모호한 재난컨트롤타워는 확실히 정리해 이번 기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청와대 산하 NSC가 주도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재난의 유형에 따라 내각이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행정’이 ‘안전’을 앞서는 사고대책본부도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고체계나 결제 때문에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전략과 전술적인 측면에서 매뉴얼이 마련돼야 하고 구조,구난과 관련한 전문가의 참여도 적극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의 영역다툼에서 보듯 공직사회 자체가 가진 폐단도 혁파돼야 한다. 문책을 두려워하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공을 독차지하려는 성과주의도 마찬가지다.

    ‘화물선’으로 불리 정도로 과적을 일삼는 여객선 해운사,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는데도 여객들을 즉각 갑판위로 집합시켜 퇴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선장과 선원들, 유착의혹이 있는 공무원과 조합에도 이번 기회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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