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만큼 우리 사회의 치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도 드물다.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돈 밖에 모르는 선주, 그들을 믿고 배에 남았다 희생된 학생과 승객 등등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이름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세월호 사고가 더욱 불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호도 결코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그때가 되면 누구도 우릴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그래서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바꿀 것을 경고한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리더십부터 다시 세우고, 선장조차도 계약직으로 내모는 금전지상주의를 일신하며, 마피아 공무원들의 철옹성을 깨뜨려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꽃다운 생명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어른들은 모두 죄인이다. 그 트라우마는 세월이 가도 남을 것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 이제 할 일은 아픔을 오래 기억하고, 어떻게든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글>
1. 파탄 난 직업윤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2. 선장도 계약직…곪아터진 돈 지상주의3. 마피아 공무원과 연안부두 사람들
침몰한 세월호.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참사의 아이러니는 세계 제일의 조선강국이 연안여객선 하나 못 만들어 외국 폐선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단적인 이윤 추구에 있다.
우리의 글로벌 조선사들이 연안여객선을 만들지 않는 것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며, 청해진해운이 굳이 외국 폐선을 수입한 것도 돈 때문이다.
청해진 입장에선 고물 배를 고철 값에 들여다 운항하는 게 백배 남는 장사였을 것이다.
그나마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선체 개조까지 가해졌으니 언젠가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의 미명 하에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풀어줌으로써 참사에 일조했다.
세월호는 이후 운용 과정에서도 거추장스러운 안전 따위는 철저히 무시됐다. 물론 돈 때문이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 배의 복원력에 결정적인 평형수(밸러스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세월호의 승선 인원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것도 돈의 논리에 밀려 인명이 얼마나 경시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거의 모든 사고는 돈 때문"이라며 "세월호과 10~20분 아끼려고 화물 결박을 대충한 것이나 항공기처럼 전자발권을 하지 않는 것도 다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우리나라가 내부적으론 얼마나 불안하고 취약한지를 보여줬다"며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이윤추구 방식에 대해 그동안 한 번도 궤도수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자료사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사이트 캡처)
세월호의 또 다른 아이러니는 계약직 선장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큰 배의 선장을 월 27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했다는 사실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장의 직업윤리를 비난하던 목소리도 '선장=계약직'이란 사실 앞에 잠시 멈칫했다. 한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절감한 것이다.
이남신 한국 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사람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홀대를 받았기 때문에 자기 직업과 일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에게만 전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는 것은 표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차별철폐연대 소장은 "책임과 권한은 주지 않고 일회용품 취급하면서 왜 너는 책임감을 갖지 않는냐고 묻는다면 너무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선장과 선원을 비정규직화하는 것은 연안여객 업계에선 이미 흔한 현상이다.
2013년도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60세 이상 선원의 비중이 외항선에서 16.43%인 반면 내항선에선 40.91%에 달한다.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고 계약직 채용도 쉬운 은퇴자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는 위험을 외주화 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업무는 비정규직으로 이뤄진 하청업체에 맡김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다.
김혜진 소장은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보다 죽거나 다쳤을 때 책임지는 비용이 더 싸게 먹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추세다.
{RELNEWS:right}대한항공은 지난해 조종사 등에 대한 파견근로자 사용 허용을 정부에 건의했고, 코레일은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 비정규직 인력에 맡긴 상태이다.
다수의 생명을 책임 진 운수산업에서조차 비정규직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서울 주변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가 입석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거론하며 "사실 서민들이 타는 교통수단은 다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체로서의 경제 공공성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