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인물”이라며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을 밀어부쳤으나 당 내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나눠먹기을 했다는 비판에서부터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까지 나타나는 등 안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곱지 않다.
안철수 대표는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장현 예비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윤 후보는 안 대표 쪽 인사로 분류된다.
“기성 정치권 밖의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전략공천”이라며 “당내에도 과거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해 큰 정치인이 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윤 후보가 “30년간 광주에서 시민운동, 인권운동에 앞장 선 시민운동가”라며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당 내에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원칙적으로 무리한 공천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대개 전략공천은 취약지역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예상 밖의 참신한 인물을 배치하거나 여성 또는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주가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은 이같은 두 가지 경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 내 의견은 비판적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여성의원들은 이날 지도부가 당헌에 명시된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을 지키지 않았다며 새정치의 가면을 쓰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전략공천은 시대정신을 보이는 것”이라며 “17개 광역단체장 중 공천받을 후보가 없자 김한길 대표가 안 대표를 배려한 것 이상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가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는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안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한 박 시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전국적인 지명도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박 시장은 또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의 양보를 받기는 했으나 그 뒤 박영선 의원과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에 윤 후보와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자신이 양보한 것만 기억하고 박원순 시장이 박영선 의원과 경선을 벌인 것은 생략했다”고 안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전략공천을 발표한 시점도 문제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일 밤 10시 45분쯤 박광온 대변인을 통해 윤 후보 전략공천을 발표했다.
이 때는 세월호 참사 16일째이자 논란 중이었던 기초연금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전이었고 나흘 연휴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당 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로 어수선한 틈을 타서 안 대표가 윤 후보를 사실상 꽂아 넣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중요하지만 불리한 사건 수사결과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곤 했던 정치검찰의 행태”라며 “지도부가 못된 짓만 배워서 한다”고 성토했다.
윤 후보의 전략공천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광주의 선거 판세는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이미 탈당을 선언한 뒤 단일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강 시장과 이 의원이 단일화를 하면 윤 후보에게는 힘겨운 선거가 될 것이다. 3자가 경합해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위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광주에서는 강 시장과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 250여명이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낙하선공천, 밀실공천을 했다”며 탈당을 하는 등 반발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안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 때 그 어느 때보다 광주를 자주 방문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의 낙선은 안 대표에게 치명상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유권자들이 안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전략공천에 분노하거나 실망했다면 또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거부한다면 안 대표의 입지는 불안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의 관계자는 “광주시민들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생각이 많다”며 “경우에 따라 안 대표가 광주에 내려가 지원유세를 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정부에 대한 심판이나 견제 심리가 높아진 만큼 당이 공천한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안 대표가 계산에 넣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