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해경 경비정에 지휘부가 선내에 진입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내렸지만 이미 기울기가 심해 선내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장에 첫 도착한 해경 123정(100t급)과 목포해경·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간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해경의 '부실 구조'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TRS 교신 내용은 해경 초동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해경에서 받은 녹취록을 확보, 해경 경비정의 현장 첫 도착 순간부터 세월호 침몰 순간까지 주요 상황을 정리했다. 무선 교신 내용 중 경찰 작전용어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일반용어로 풀어 정리한다.
◇ 선내 진입 지시했지만 "경사 기울기 심해 못 들어간다"
해경 123정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 30분. 현장 상황을 빨리 보고해 달라는 목포해경 상황실의 요구해 123정이 첫 보고를 한다.
"여기는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현재 못 나오고 있답니다. 그래서 일단 이곳 직원을 000 00(이하 잡음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시켜가지고 안전유도하게끔 유도하겠습니다."
"현재 123 선수(뱃머리)를 여객선에 접안해 밖에 지금 나온 승객 한명씩 한명씩 지금 구조하고 있습니다."(이상 9시44분)
이때 구조된 이들 중에는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포함돼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공소장에는 선장 이씨가 구조된 시각을 오전 9시 46분으로 보고 있다.
123정의 다급한 보고는 계속된다.
"현재 좌현선수를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00000. 이상"
"현재 배가 약 60도까지 기울어 함수 현측이 좌현 현측이 완전히 다 침수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조된 인원은 확인하지 못하고 약 50명 정도 본 함에 승선했는데 현재 계속 단정을 이용해 구조 중입니다."
"승객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이상 9시 48분)
절체절명의 상황임을 보고받은 서해지방청 상황실은 처음으로 123정에 선내 진입을 지시한다.
"본청장과 서해청장 지시사항임. 123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9시 48분)
그러나 123정은 세월호 좌현이 완전히 침수됐다며, 좌현 쪽에서 더 구조하기 어렵다고 보고한다.
"현재 여객선이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했습니다. 약 60도 이상 0000 가지고 현재 좌현쪽으로는 사람들이 나올 수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구조방법은 항공을 이용해가지고 우현 상부쪽에서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9시 54분)
상황실에서 "그쪽에서 상황 봐가면서 정장님이 최대한도로 승선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 바람"이라고 하자 123정은 다시 한번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재 경사가 너무 심해 0000 올라갈 길이 없는데요. 일단 항공 3대가 계속 구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능한 저희 직원들을 (세월호에)승선시키려고 하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못들어가고 있습니다."(9시 54분)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자 승객들을 바다로 뛰어들도록 할 수 있는지 묻지만 123정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되나. 반대방향으로."
"현재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좌현 쪽으로는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완전 눕힌 상태라서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항공구조는 당연히 하는데 정장이 판단해서 우현쪽으로 난간 잡고 올라가서 뛰어내리게 해서 바다에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검토해. 그렇게 해야지 만약에 0000 0000 뛰어내리게 조치하라구."
"현재 여기저기 사람들이 다 있는데 못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서장님이 지시한대로 좌현쪽으로 한번 해보고 하라고 계도하겠습니다."(이상 9시 57분)
김 서장은 선내 진입과 퇴선 방송을 재차 지시한다.
"우리가 당황하지 말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그래 안 되면 마이크를 이용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9시 57분)
"정장, 그러면 다시 한번 침착하게 방송해서 반대방향쪽으로 뛰어내리게끔 유도해 봐. 지금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웅숭웅숭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따라나오니까. 방송해서 방송 내용이 안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한번 해보세요.(10시 5분)
그러나 123정 대원들은 세월호가 급속도로 기울어 결국 선체 내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교신 내용을 정리해 보면 세월호의 경사 때문에 해경의 선내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3정이 선장과 선원을 구할 당시 세월호 객실 3∼5층은 아직 물에 잠기기 전이었다. 123정 대원 중 누군가 선내에 진입해 승객의 퇴선을 유도했다면 인명 피해는 대폭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는 오전 10시 31분 선수 일부분만 남긴 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300여 명의 승객이 배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해경은 무기력하게 세월호의 침몰을 지켜봐야만 했다.
◇ "그 많은 학생들이 선박 안에?"…해경 상황실도 경악
해경 지휘부는 선체의 90%가 잠긴 시점에도 수백명의 학생이 여전히 배 안에 갇혀 있는 사실에 적잖게 놀란 듯하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여객선 안에 남은 승객 규모와 바다로 뛰어든 승객 규모를 확인하느라 123정과 교신을 이어갔다.
"현재 여객선(에) 사람이 몇명 있는지"(목포)
"현재 학생들이 아마 다수 있는 걸로"(123정)
"승객들이 탈출한 사람이 보이는지"(목포)
"현재까지 승선원 외에는 확인 안되고 있음"(123정)
"그러면 갑판상에서 승객들이 안보이는지"(목포)
"예 정확함"(123정, 이상 10시 36분)
목포상황실은 11분 뒤 재차 묻는다.
"지금 사고현장 주변에 해상에 투신한 사람들이 몇명이나 있어요"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도 없고 000 단정이 사망 추정 한명을 인양해 왔습니다. 현재 000헬기에서 앵카 000 해가지고 현재 단정이 확인하러 갔습니다. 아마도 현재 없는 것으로 사료됨."
"그럼 지금 선박에는 여객선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
"현재 확인은 안되나 승무원 말 들어보니까 학생들이 한 200∼300명이 탔다는데 많은 학생들이 못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 많은 학생들이 선박 내에 있다는 것이 정확한지"
"네 정확함. 현재 선박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이상 10시 47분)
그러면서 123정은 구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다.
"여기는 123. 현재 000 다 물속에 잠겨서 현재로서는 구조가 불가능. 구조하려면 122에서 와서 000에 의해서 구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10시 49분)
목포 122구조대는 오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후 단 1명의 승객도 구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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