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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배두나 "외로운 여자이야기 맘 확 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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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희야' 배두나 "외로운 여자이야기 맘 확 끌렸죠"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영화 '도희야'(감독 정주리)는 소박한 규모의 이야기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플란다스의 개'(2000)나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찍던 신인 시절의 배두나를 떠올리게 했다.

    플란다스의 개를 찍을 당시 주위에서 "영화배우 배두나"라고 불러주면 뛸듯이 기뻐했던 그녀다.

    불과 15년 만에 배두나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배우로 성장했다. 지난해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로 신고식을 치른데 이어 올 여름 '주피터 어센딩' 개봉을 앞둔 상태.

    간혹 파파라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노는 물이 다르다는 느낌마저 줬다. 그렇기에 도희야는 배두나의 신인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묘한 감흥을 안겨줬다. 누구나 부러워할 자리에 오른 그녀가 도희야를 선택하면서 어떤 것을 지향하는 배우인지 드러내기도 했다.

    배두나 역시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할리우드 진출한 뒤 제가 그쪽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좀 어려워하셨는데 도희야를 결정하니까 그런 반응이 없어졌다"고 변화를 설명한 뒤 자신을 "그렇게 야심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워쇼스키 감독은 너무나 소통이 잘돼 이제는 오빠나 언니 같다. 그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용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할리우드 영화에 집중한다거나 특별히 공들이지 않았다. 예전처럼 작품의 크기나 장르에 구분없이 그냥 제가 좋으면 할 것이다."

    22일 개봉하는 도희야는 사생활 문제로 외딴 섬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배두나 )과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여중생 도희( 김새론)의 소통과 성장을 그린 영화다.

    -'배우'란 소리만 들어도 좋아한 그 신인배우가 불과 15년만에 이렇게 성장했다. 남들이 봐도 감회가 남다른데 본인은 어떤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는데, 아직도 전 제가 현장에서 선배라는 사실이 어색하다. 하지만 영화배우 배두나 씨라고 불릴 때 너무나 좋아했던 그 열정은 아직도 살아있다. 모든 일에 싫증을 빨리 내는 편인데, 왜 식지 않는지 저도 신기하다. 과거 검증받지 못한 신인에서 이제는 뭐랄까. (한참 생각) 제가 스태프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뿌듯하다."
     
    - 위상의 변화를 느끼지 않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가끔 느낀다. 가령 차기작이 한국영화냐 아니냐를 물어보는데 예전에 듣지 못한 물음이다. 우리나라 촬영장에서 못 느낀 것을 그곳에서 느끼고 그 반대를 경험하면서 생겨나는 긍정적 상호작용이 저를 더 신나게 한다."

    - 한국영화는 '코리아'(2012)이후 2년만인데 상업적 색채가 약한 작품을 택한 이유는

    "상업적인지 비상업적인지는 생각 안했다. 그냥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을 찍고 도희야를 했는데, 두 영화 모두 그린 스크린에 둘러싸여 연기를 하다보니 현실에 발붙인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제게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좋았다. 선블록만 바르고 메이크업도 거의 안했고 영남의 사복은 전부 진짜 평소에 입던 제옷이었다. 정말 극과 극을 경험했다."

    - 도희야가 지금껏 배두나가 가장 빨리 출연을 결정한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았나?

    "근래 제가 읽은 한국영화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상상력을 자극했다. 감독님이 한 자 한 자 정성껏, 켜켜이 힌트를 내포해 써내려간 글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백은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앞서 밝혔듯 전작이 SF영화라 우주를 떠돌다가 땅에 발붙이고 있는 경찰이란 직업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좋았다. 외로운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저 역시 몇년간 타지생활을 했기에 영남이 시골로 내려가서 여러 일을 겪는 점도 마음에 와닿았다."

     

    - 할리우드로 진출하면서 주위에서 배두나를 어려워했을 듯도 하다.

    "처음에는 좀 그랬다. 할리우드 진출했으니 거기 일에 집중한다고 생각하셨더라.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미국에 에이전트가 있으나, 제가 한국어로 한국영화를 찍을 때 제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제가 그렇게 야심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다행히 도희야를 결정하니까 주위의 조심스런 반응이 없어졌다."

    - 김새론과 앙상블이 좋더라.

    "실제로 20살 차이다. 솔직히 제가 생각한 도희보다 좀 더 어른스러웠고, 실제로 새론이가 경력도 많아서 어른스러웠다. 새론보다 더 엄살이 많은 어른 배우들도 많이 봤거든.(웃음). 본인이 아역이니까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저도 동등한 배우로서 대했다. 무엇보다 서로 눈을 보면 자동으로 연기가 됐다. 혼자서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우리는 둘 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잘 맞았고, 좋았다."

    - 송새벽, 정주리 감독과 79년생 동갑이다.

    "프로듀서까지 동갑이었다. 그동안 연배 많은 감독이나 선배들과 작업하다 젊은 피들과 작업했는데 편하게 찍었다. 배우들과 함께 칸에 가는데 새벽이와 통화하면서 "가서 뭐 마시지?" 하며 놀 계획을 나눴다. 그렇지만 선배 입장이라는게 낯설었다. 또 외롭고 씩씩해야한다는 점에서 섭섭하기도 했다."

    - 워쇼스키 남매의 부름을 두 번이나 받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하면서 서로 교감을 많이 했다. 진짜 이렇게 배우와 교감하는 감독은 처음 봤다. 제가 울면 카메라 뒤에서 휴지 한통을 다 쓸 정도로 같이 우셨다. 너무 좋은 분이고, 마음으로 소통해서 현장에 같이 있는 게 즐거웠다. 이제는 감독과 배우 사이라기보다 언니 오빠 같다. 부르면 당연히 달려간다."

    - 언어장벽에 그 정도로 통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정말 마음이 잘 맞나보다

    "휴고 위빙 등 같이 일하는 팀이 있다. 마치 노는 것처럼 일한다. 주피터 어센딩의 경우 제가 출연분량이 많지 않다. 그런데 제 촬영 분을 띄엄띄엄 떼놔서 오랫동안 현장에 체류했다. 제가 현장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라나 감독의 비서가 말해줬다. 그녀의 말로는 '감독님께 결재 받을 일이 있을 때 언제 가면 좋으냐고 누가 묻자 두나가 현장 있을 때 가라'고 했다더라.(배두나는 이 얘기를 해주면서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 대기만 하고 촬영을 안 한 날도 있나?

    "어떻게 알았냐?(웃음) 어떤 날은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근데 이분들이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예로 큰 액션신이 5일 잡혀 있고 어떤 배우가 그 액션신의 맨 마지막에 살짝 나와도 5일간 다 대기한다. 옛날에 윤석호 감독의 '광끼'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 아침 7시에 전 출연진이 집합해 그날의 현장 상황에 따라 장면을 찍었는데, 주피터 어센딩도 그랬다. 2시간씩 걸려 분장하고 착장을 다한 뒤 현장에서 대기했었다."

    - 봉준호 감독보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더 친한 모양이다.

    "봉 감독과도 두 작품 했는데, 언제든 불러주시면 달려갈 것이다. 플란다스의 개가 아니었으면 영화배우의 꿈을 못꿨을지도 모른다. 그때 검증받지 않은 신인인 저를 봉 감독님이 고집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를 쓴다고 고집해서 투자사가 바뀌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제게는 은인이다."

    - 차기작은 한국영화인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닌데 외국영화가 될 것 같다. 그 다음은 바라건대 한국영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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