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승용차에 탄 채 노조원들에 막혀 출근에 실패하고 되돌아가고 있다. 길 사장을 태운 차량의 앞유리가 깨져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논란' 속에서 촉발된 KBS 사태가 19일 오후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돌입 등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파국 위기로 치닫고 있다.
KBS PD협회도 이날 길환영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으며, KBS이사회 야당 측 이사 4인은 이사회에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제출했다. 또 앞서 보직 사퇴한 보도국 부장들에 이어 이날 지역총국 부장들도 일제히 보직 사퇴를 하고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나서는 등 KBS의 내홍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길 사장은 이날 오후 3시 열린 기자협회총회와 뒤이어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전달됐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길 사장은 "자리에 연연할 생각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그것(사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것보다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KBS의 문제를 빨리 수습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 대해 "김 국장과의 업무상 대화가 그런 식으로 과장 왜곡될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자신의 발언이 확대해석됐다고 주장했다.
길 사장은 청와대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청와대가 어디 가라고 해서 가서 하고 전혀 그런 것 아니다. 또 청와대 쪽에서 사퇴를 시키라든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앞서 길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팀장급 이상 사원들을 대상으로 외압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사장과의 대화' 자리를 갖고 오후 3시에는 같은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KBS 양대 노조가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펼치면서 그는 제시간 출근을 하지 못했다. 출근저지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사측 안전요원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길 사장이 탄 승용차의 앞유리가 크게 파손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사장과의 대화'가 취소됐으며 기자회견도 취소됐다가 오후 4시께 일부 매체만 모인 가운데 약식 회견이 진행됐다.
애초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할 계획을 세웠던 KBS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예정했던 '사장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이 취소되자 계획을 앞당겨 오후 1시께부터 바로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뉴스를 진행하는 기자협회 소속 앵커들도 모두 업무를 중단했다.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는 지난 2012년 2월 부당 징계와 인사 철회 등을 요구하며 실행한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번 제작거부 시한은 20일까지로 한시적이다. KBS 기자협회는 그 사이 길 사장이 사퇴를 결정하기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