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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KB내분은 낙하산+관치금융 탓'

    KB국민은행 본사. (자료사진)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KB가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은행 전산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반면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는 금융당국에 이 문제를 보고하는 한편 전산교체 결의의 효력을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업의 비본질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인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지주 회장과 은행 경영진이 이처럼 극한대립으로까지 치닫는 것은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의 폐해이자 결과라는 지적이다. 은행 내부승진 보다는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다보니 은행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B의 경우 최근 5년간 지주사 회장은 모두 외부인사가 맡아왔다. 특히 MB정부 이후에는 낙하산 인사들이 회장으로 내려 앉았다. 현재 임영록 회장은 재무관료 출신이고 전임 어윤대 전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의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그 이전의 강정원 회장 내정자와 황영기 전 회장 역시 모두 외부출신이다.

    우리금융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전임 이팔성 지주회장을 제외한 박병원, 황영기, 윤병철 회장 모두 외부출신이다. 이 가운데 박병원 전 회장은 재무관료 출신이다.

    외부인사들이 CEO 자리를 독차지하는데다 이마저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금융사로서는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울 수 없다. 내부적으로는 윗사람만 바라보는 '줄서기'가 횡행하고 CEO가 바뀔 때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식 인사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이는 결국 구성원들의 '한탕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시도 때도 없이 CEO들이 바뀌다 보니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는 경우가 있다"며 "좀 더 나가면 '한번 크게 하고 나가자'는 모럴 헤저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금융사는 KB와 우리금융인데 모두 '주인없는 금융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주인이 없다보니 낙하산 인사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KB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공단이,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이다.

    지주사 회장의 장악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행장까지도 외부출신들이 많다 보니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간의 화학적 결합도 약하다. KB의 경우 민병덕 전 은행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출신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순우 현 은행장과 이종휘 전 은행장만이 내부출신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이 지주사 역량의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아예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금융은 황영기 전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했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 회장-은행장 사이의 갈등이 없었던 때는 황 전 회장 당시가 거의 유일하다"고 설명했다.{RELNEWS:right}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부장은 "낙하산 인사들은 내부통제 보다는 정부 정책 추진 등에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라며 "이에 따라 내부통제 등이 허술해져 각종 금융사고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한편 인적쇄신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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