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일 한국에 미사일 방어체계(MD)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은 지난 28일 우회적으로 한국에 MD 가입을 압박했다.
윈펠드 차장은 이날 "미국 정부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자체 미사일 방어망을 갖추는 동시에 지역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한국에 사드(THAAD) 배치 검토 계획을 밝혔다.
미 록히드마틴社가 개발.양산하고 있는 THAAD는 지상으로부터 40~150㎞의 고도에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직접 타격(Hit-To-Kill)하는 중.고고도방어체계로 한국에 THAAD 배치를 검토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추후에는 한국이 THAAD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THAAD). 록히드마틴 제공
이에 앞서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 첨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SM3 대공미사일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록히드마틴社의 SM3는 이지스함 등에 배치해 140km 안팎에서 적의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고고도 함대공미사일이다. 다시말해 미국이 THAAD와 SM3 등 MD 체계의 핵심 방어체계의 구매를 압박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한국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이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있는 MD 가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 MD는 미국.일본 본토보호 위한 것한국이 MD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한반도에서 THAAD나 SM3가 전혀 필요없다는데 있다.
미국은 한국이 THAAD나 SM3 등을 핵심으로 하는 MD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로 북한의 핵위협을 들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현재 여러 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핵무기를 미사일 탄두에 싣기 위한 소형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는 이유도 바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서이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북한이 사거리 1만km 이상으로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개발 기술을 어느정도 보유한 상황에서 핵무기 소형화까지 성공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일본 전역을 사정거리도 두고 있는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이나 사거리 3,000km 이상의 무수단미사일 등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에 핵무기를 장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이 핵무기를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발사 초기에 중.고고도에서 격추시키기 위해 MD 가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한국 방어에는 필요없는 중.고고도 방어체계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쏠 경우 사거리 300~700km의 스커드(SCUD)계열 미사일로도 충분하다.
굳이 대기권 밖으로 날라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떨어지는 장거리미사일이나 덩치가 큰 중거리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해 격추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가 긴 탄도미사일은 그만큼 고도 역시 높이 올라가고 이는 결국 발사 이후 체공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체공시간이 길면 그만큼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데 왜 쓸데없이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쓰겠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국이 강권하고 있는 MD에 가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AMD 구축을 고집하고 있다.
PAC-3 개념도 (록히트마틴 제공)
KAMD는 역시 록히드마틴社가 Hit-To-Kill 방식을 적용해 개발한 저고도요격체계인 PAC-3와 자체 개발중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 등을 이용한 저고도 하층방어체계다.
김민석 대변인은 "우리 군은 종말단계인 하층방어를 할 수 있는 PAC-3 패트리엇 미사일을 구매 중이고 현재 개발 중인 L-SAM로 미사일 하층방어를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국이나 일본은 필요할지 모르나 한국에 필요없는 THAAD나 SM3를 도입할 필요없이 KAMD로 한국 땅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 사드.SM3 도입에 최소 수조원대 예산 필요MD 가입이 필요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사드나 SM3 도입을 위한 천문학적 액수다. 백번 양보해 미국과의 우방 관계를 고려해 이들 무기를 구입한다고 해도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정확한 액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THAAD의 포대 당 가격은 8억달러, 우리 돈으로 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형식적인 수준에서 몇개의 주요 지점에 THAAD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다 THAAD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바다 위에 띄워놓고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X-밴드 레이더(SBX) 등이 필요하다.
한국이 SBX를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그렇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이 SBX가 수집한 정보를 공짜로 줄리가 없다. 장비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SM3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3대의 이지스함에 SM3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대 초반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방의 요구 때문에 정작 한국 본토 보호 목적으로는 필요도 없는 무기 구입에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 중국 반발 뻔한데 MD 가입?MD 도입이 필요없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중국의 반발이다. 미국과 일본은 MD 구축의 명분으로 북핵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견제 목적 역시 크다.
미국은 현재 동북아 패권을 놓고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일본 역시 센카쿠열도 등 영토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최근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발표가 동북아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지의사를 밝힌 것도 바로 중국 견제 목적이다.
당장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MD 가입 압박에 대해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MD에 대한 중국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합리적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미.일의 MD 협력 강화가 현실화하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한.중 관계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필요도 없는 미사일 체계를,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외교적 문제까지 무시하며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