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이 납북자 문제 재조사 합의를 계기로 관계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열렸지만, 대북 공조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소장은 "이번에 합의한 것은 인권 차원에서 고무적일 뿐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대북 협상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29일 미국의 소리방송에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그동안 북-일 회담에서 재조사 문제에 관한 논의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도 이번에 상당히 큰 양보를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북-일 합의를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도 이번 합의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무부 앨런 롬버그 전 부대변인은 "일본의 독자적인 제재가 북한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고, 북한이 이를 단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북 송금과 휴대금액에 관한 규제가 풀릴 경우 북한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챙길 것으로 관측했다.
롬버그 전 부대변인은 이와 함께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별조사위원회까지 설치해서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더라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재조사 후에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과거와 똑 같은 입장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일본 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북-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군사도발을 한다면 북-일 간 합의 이행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누지 소장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대화 통로를 계속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북-일 협상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누지 소장은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관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 왔고, 미국도 이 문제를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사안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대북 외교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쇼프 연구원은 "만약 일본이 북한의 재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조치를 받아들인다면 미국과의 대북 공조체제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