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가 무려 21년 만에 월드리그에서 네덜란드를 격파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도어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조별리그 E조 예선 2차전에서 홈 팀 네덜란드를 3-1(25-18, 25-23, 20-25, 25-22)로 눌렀다.
월드리그에서 한국이 네덜란드를 꺾은 것은 지난 1993년 6월11일 이후 21년 만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은 네덜란드와 월드리그에서 최근 16연패 등 1승 18패로 밀렸다.
월드리그 외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네덜란드에 6승33패 절대 열세였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 2002년 친선전 때였다. 전날도 대표팀은 1차전에서 0-3 완패를 안았다.
그러나 2차전에서 설욕전을 펼쳤다. 일등공신은 라이트 박철우(삼성화재)였다. 이날 박철우는 성공률 69%의 순도높은 공격으로 양 팀 최다 26점을 쏟아부었다.
박철우와 함께 레프트 전광인(한국전력)이 16점으로 지원 사격했고, 송명근(러시앤캐시)도 13점으로 거들었다. 특히 송명근은 1세트만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초반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대표팀은 1세트부터 목적타 서브를 바탕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1세트 공격 성공률이 67%에 이를 정도의 호조로 단 한번의 역전 없이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대역전극이었다. 11-17로 뒤졌지만 최민호(현대캐피탈), 박상하(상무) 등의 블로킹으로 21-22까지 따라붙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상대 범실과 송명근의 득점으로 결국 25-23으로 2세트마저 가져왔다.
3세트를 20-25로 내주며 숨을 고른 대표팀은 4세트 승부를 결정지었다. 11-11에서 박철우의 터치아웃 유도로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이후 상대 범실이 이어지면서 17-13으로 달아나 대어를 낚았다.
경기 후 박철우는 "네덜란드로 오기 전부터 자신이 있었는데 어제 경기는 방심하다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집중한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기원 감독도 "경기 초반 목적타로 서브를 넣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습대로 돼 분위기를 끌고 왔다"면서 "(세터) 이민규(러시앤캐시)도 기량뿐 아니라 마음이 안정된 것 같아 믿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규는 "어제 속공을 많이 썼는데 점유율을 높았지만 질이 좋지 못했다. 오늘은 내 범실을 줄이려고 노력했고 형들이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원정을 마무리한 한국은 체코로 이동해 4, 5일 오후 10시 50분(한국 시각) 3주차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