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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없고…'朴구하기' vs '세월호 심판론'

정치 일반

    정책은 없고…'朴구하기' vs '세월호 심판론'

    극단적 네거티브에 후보 자녀들 언행이 '변수'로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하루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는 참으로 특이한 선거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에 정책과 행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실종됐다. 대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극단적 네거티브전에 '세월호 심판론'과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 심지어 후보자 자녀들의 언행이 선거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당도 우세하다거나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오리무중이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광역단체장 17군데 가운데 초접전 지역이 7곳이나 된다.

    여야와 여론조사 기관들은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 충북, 세종시, 부산과 광주시 선거를 초박빙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천시 선거를 비롯한 한 두 군데 지역은 백중 우세, 백중 열세 지역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오차범위내 접전지역이어서 개표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판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경합지역 7곳 가운데 어느 당이 많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가 갈린다.

    현재 새누리당 우세지역은 경남·북, 대구, 울산, 대전, 제주 등 6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서는 지역은 서울과 충남, 전남·북 등 네 곳이다.

    이들 우세지역으로 나뉜 지역 선거도 4일 밤 개표가 끝나야 정확한 승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이 오차범위 안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경기도와 인천시장을 거머쥐는 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한다고 볼 수 있다.

    부산과 광주는 여야의 정치적 텃밭인 만큼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각각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무소속의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의 저력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정치적 안마당에서부터 달라지자는 '변화'와 '바꿔' 분위기가 나타날 경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배를 마시지 말란 법이 없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앵그리 맘과 40대 투표율이 가장 큰 변수

    문제는 투표율이다. 그 중에서도 30~40대 '앵그리맘'들의 투표율과 40대 투표율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40대는 총 유권자의 21.7%나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표심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또 20~30대의 총 유권자는 1,524만 명인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1,708만 명으로 180만 명가량 많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고령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일단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를 시작하는 셈이다.

    20~30대 젊은 층은 60~70대에 비해 투표를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구하기'냐 '세월호 심판이냐'가 맞붙은 만큼 표 결집도가 관건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슬로건을 "박근혜 대통령 도와주십시오.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호소한다.

    서청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일 경기 수원에서 "박근혜 정부를 도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구하기에 최선을 다하자고 역설했다.

    김세연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좌), 윤상현 사무총장(중), 박대출 대변인(우) 등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장관순 기자)

     

    ◈ 새누리는 '대통령 도와주세요'

    서청원, 김무성, 이완구 공동선거대책위장은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라고 쓴 현판을 들고 광화문과 부산 영도 등지에서 1인 유세를 벌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를 비롯한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9명은 지난달 31일 서울역 광장에 모여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큰 절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 전략을 '박근혜 마케팅'으로 치르겠다는 의도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고 공공연히 대통령을 파는 감성과 정서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대통령이 직접 선거전에 뛰어들지 않아도 지도부와 후보들이 박 대통령을 선거전에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박근혜 구하기' 전략에 맞서 '세월호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여론을 선거전에 한껏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새정치연합, '세월호 심판해달라'

    김한길 대표는 유세장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 잘못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외친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심판론을 비켜갈 대응책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댈 수 밖에 없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잘못을 거론해야만 선거를 해볼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을 겨냥해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반칙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새누리당의 박 대통령 마케팅 전략을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반증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 (자료사진)

     

    ◈ 아들, 딸의 변수까지 등장한 이상한 선거

    박 대통령 구하기와 심판론이 맞붙은 선거전에 아들, 딸 변수까지 등장한 점도 이채롭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아들이 '국민 미개' 발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역풍을 맞은 걸 시작으로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딸이 "고 후보는 교육감을 해선 안 된다"는 글을 페북에 올려 파문이 엄청나다.

    정몽준 후보는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으로 상승세가 꺾였고 지난달 28일 여론조사 공표금지 날까지 지지도가 상승 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정몽준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다면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전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 역시 "몇 달 전 딸이 한국에 왔을 때 은행 심부름도 해줄 정도로 연락도 하고 아버지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하지만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 후보는 전 부인에게 양육권과 35억짜리 빌라도 뺐기고 이혼당했다고 하소연 하지만 여론은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또 윤진식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의 아들이 1일 선거운동을 하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야당의 이시종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측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 후보 측은 오히려 폭행을 당한 쪽은 우리 측 선거사무원이라고 맞서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던 가족의 언행, 아니 SNS상의 글이 변수가 된 이상한 선거전이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접근을, 한번쯤 되새겨볼 법 한데도 무조건 따라가는 유권자들의 형태를 고려한다면 후보자들은 앞으로 가족 관리도 잘해야 할 듯하다.

    ◈ 지방선거가 중앙 선거로, 대통령 레임덕론까지…

    더욱이 지방정부의 수장을 선발하는 선거에 중앙정부의 승패의식과 대통령의 레임덕론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지방의 의제, 정책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보니 정책 선거는 오래 전에 사라져버렸고, 부인과 자식들의 문제까지 등장시켜 공격하는 극도의 네거티브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철 지난 색깔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4년 전, 아니 더 거슬려 올라가 첫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1995년보다 별로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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