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성호 기자)
6·4지방선거의 날이 밝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구하자"는 여당과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유권자의 준엄한 판단을 받는다.
선거는 심판이다. 집권 정부여당의 과거를 평가한 뒤 공이 많으면 재신임하고 과가 많으면 대안세력으로 권력을 교체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이번 6·4지방선거에는 박근혜정부의 1년 4개월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평가대상에는 '세월호 참사'가 빠질 수 없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달 19일 눈물의 대국민담화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등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승패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 또는 상실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면 무엇을 믿고 앞으로 국정을 수행하겠느냐"는 3일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말이 이런 뜻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대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부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자식 사랑하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어르신들. 투표로 보여달라. 투표가 국민의 힘이고 희망이다"고 호소했다.
만약 새누리당이 패하면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약화되고, 새누리당은 차기 당권을 놓고 본격적인 권력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14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사정은 비슷하다. 승리하면 지난 3월에 출범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당분간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패할 경우 6·15, 10·4공동선언 삭제 논란과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등 창당 이후 불거졌던 과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판세와는 별도로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새정치연합은 전략공천을 강행한 광주에서 이기지 못하면 "이기고도 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박근혜 구하기"와 "세월호 심판론"으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현재 판세는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수도권은 서울이 새정치연합 우세로 분류될 뿐 경기와 인천은 뚜껑을 열 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접전이다.
전체 판세를 가르는 중부권도 안개 속이다. 새정치연합 안희정 후보가 나선 충남을 제외하면 강원과 충북, 대전, 세종이 모두 접전 지역이다.
부산에서는 친박인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광주에서는 전략공천한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가 무소속 강운태 후보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는 권영진 후보에 맞서 지역주의 타파의 깃발을 들고 나선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의 선전 여부가 관심이다.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과 호남을 제외하면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지역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6.4 지방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 7동 주민센터 제3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기표 용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3,952명의 지역일꾼을 뽑는다.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회 의원 705명, 기초의원 2,519명이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84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379명, 교육감 17명, 교육위원 5명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날 현재 사퇴한 후보를 제외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자 수는 모두 8,901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2.25대1이다.{RELNEWS:right}
전국에 마련된 투표소는 13,665개이다. 투표는 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투표할 때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 시도의원(지역구·비례), 구시군 의원(지역구·비례), 교육감 등 모두 7표를 행사하게 된다.
다만 세종은 시장과 시의원(지역구·비례), 교육감 등 1인 4표, 제주는 도지사와 도의원(지역구·비례), 교육감, 교육위원 등 1인 5표를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