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하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만난 축구팬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한국인 선수의 근황을 물을 정도로 박지성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박종민기자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이들과 함께 미국과 브라질을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홍명보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31일부터 8일간 최종 전지훈련지로 사용했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이 학교는 남녀 축구팀을 위한 축구장 외에도 야구와 소프트볼,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팀을 보유했습니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종목의 경기장이 마련된 것은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7일(현지시각) 오후 훈련을 끝으로 '홍명보호' 선수들이 예정된 마지막 훈련을 마치자 이 학교 관계자들은 선수들과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와 선수들의 사진이 담긴 스티커북, 노트 등에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 이곳 사람들이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학교 관계자들도 스포츠와 관련된 만큼 우리 선수들의 훈련 모습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상당히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온몸에 땀이 흥건했던 우리 선수들도 더는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축구팬의 요청에 친절하게 응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지켜본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중에 왜 '그 선수'는 없느냐는 것입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그 선수는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바로 그 선수'였습니다. 2013~2014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박지성이 미국 축구팬이 원했던 바로 그 선수였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축구대표팀은 전 세계에 분명한 존재감을 심었던 박지성의 뒤를 이을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마이애미=오해원기자
상대적으로 축구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활약한 박지성의 존재는 강렬하게 각인된 듯했습니다. 비록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한국인 선수의 존재는 분명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혹시 박지성을 묻는 거냐고 했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선수라고 활짝 웃으며 왜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이들에게 무릎 부상으로 박지성이 지난달 현역에서 은퇴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곧장 들려오는 답변은 "오 마이 갓"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축구팬도 앞서 우리처럼 박지성의 월드컵 불참을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도 박지성과 브라질월드컵에 함께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했던 무릎 부상에 결국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으니 분명 아쉬웠을 겁니다.
이들의 짧지만 깊은 탄성에서 박지성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는 박지성이었을 테니 그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