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로교 제도인 장로, 한국사회 가부장적 문화의 산물로 다른 교단 확산
교회 평신도들의 직분인 장로는 원래 장로교단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교단에 관계 없이 장로를 두고 있는 교회가 많다.
장로교단에서 장로는 평신도의 대표로서 교회를 치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장로들은 목회자와 함께 당회를 구성해 재정과 교회전반에 대한 관리사항을 결정한다. 장로 중심의 교회치리를 하다보니 목사도 장로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 장로교단이다.
반면 다른 교단에서는 ''교회의 치리''라는 핵심 역할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감리교에서 장로는 원래 목회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평신도에는 속장과 권사가 있었을 뿐 장로는 없었다. 그러나 일제시대 말 일본에 의해 강제로 장로교, 구세군과 교단이 통합되면서 평신도의 직분으로 장로직제가 혼용되기 시작했다. [BestNocut_R]
그러다가 해방 이후 1949년 교리와 장정을 개정해 평신도 직제로서 장로를 공식화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미국 감리교에는 없는 장로가 국내 감리교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사전산부장인 조병철 목사는 "일설에 의하면 권위있는 권사들이 다른 교단의 성도들과 같은 급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때 장로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오면서 장로직제를 포함하게 됐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침례교단 역시 호칭장로로서 장로가 있다. 한국 침례교는 1950년 미국 남침례교와 선교협정을 맺으면서 남침례교 규약에 따라 목사와 집사 단 두 개의 직제만 뒀다. 하지만 개교회와 성도들의 요구에 의해 교회마다 대외적 명칭 성격의 장로를 둔 곳이 많다.
특히 교회를 옮기는 성도 가운데 직전 교회에서 장로였던 성도들에 대해 다시 집사로 호칭할 수가 없어 이들에 대해 ''장로''로 불러줘야 한다는 의견이 호칭장로를 만들어낸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는 작년 총회에서 결의한 직제연구 위원회가 첫 모임을 갖는 등 올 한해 연구토의를 거쳐 장로 직제를 교단차원에서 공식화 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처럼 장로교단이 아니면서도 장로라는 직제를 선호하는 풍조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다보니 봉사의 역할을 위해 직제를 두었던 초대교회의 정신보다는 성도들의 서열화로 자리잡았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감신대 이덕주 교수는 "처음에 성경에서 직분을 준 것은 교회를 섬기는데 있어 그 역할을 나누기 위한 것이었지, 서열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나라는 유교적 성격이 결합하면서 서열화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교회 안에 직분자가 절반이 넘는 경우가 많고, 직분을 달지 않으면 부끄러워하는 현실이 됐다는 설명이다.
▲ 감리교 제도인 권사, 여성차별 문화의 타협물로 여성안수 거부 교단서 도입
보통 권사하면 교회의 여성 어르신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사는 원래 감리교의 직분으로 남녀 구별이 없는 직제인데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않는 교단에서 장로 안수 대신 권사제도를 도입해 다른 교단으로 확산됐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레가 감리교를 만든 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직분인 권사는 원래 성서에는 없는 직제였다.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에서 생겨난 감리교회가 지도력의 공백을 메꾸기위해 성직자를 돕는 평신도 지도자로서 권사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1885년 감리교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기독교대한감리회에도 권사의 직분은 이어져왔다. 물론, 당시부터 지금까지 감리교 권사에 있어 남녀의 구분은 없다. 집사를 5년이상 역임한 남,녀 성도가운데서 권사를 택하고, 그 권사 가운데서 다시 장로를 선출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감리교처럼 남녀 모두 권사를 두는 교단은 또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장로가 되지 못한 성도 중 어느 정도 연배가 된 성도에게 권사직분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장로교단에는 어떻게 권사란 직분이 생겨났을까?
1910년 독노회 회의록에 권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긴 하지만 학자들은 이를 지금의 보편적 권사와는 다른 의미로 보고 있다. 당시 전도부인을 권사라 지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장로교회에서 여성에게 권사직분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뿌리깊은 여성차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여성에 대한 목사와 장로 안수요구 목소리는 1950년대 들어 더욱 높아만 갔고, 끝내 여성안수를 허용할 수 없었던 장로교단이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 여성권사 제도였던 것이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담임. 장신대 교수)는 "여성에게 안수는 줄 수 없고 그렇다고 교회안에서 중추적인 봉사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고해서 남자 집사가 안수집사를 거쳐 장로가 되듯이 여성 집사에게는 권사직분을 만들어 주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면서 이런 배경으로 1955년에 장로교회에서 항존직으로 권사제도가 도입되었다고 전한다.
현재, 평신도 직제가 완전히 다른 대한성공회와 구세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단에서 권사는 여성들로 구성돼있으며 항존직인 경우가 많다. 시대변화에 발맞춰 여성에게도 안수를 허용한 예장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는 권사에게도 안수를 주고 있지만 다른 교단들에서는 장로와 달리 안수를 주지 않고 있다.
태생이야 어떻든 간에 교회의 살림꾼과 기도부대로서 한국교회를 든든히 이끌어온 허리가 권사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세계교회의 보편성과 동떨어진 한국교회의 장로,권사 직분에 대해 이덕주 감신대 교수(한국교회사)는 교회의 직분은 결코 계급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성도들에게 어른으로서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 교회와 성도를 섬기는 직분으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