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디에고 코스타(왼쪽)가 14일(한국 시각) 네덜란드와 월드컵 예선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침묵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2014 브라질 월드컵' 스페인-네덜란드의 B조 1차전이 열린 14일(한국 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 이날 경기에서 유독 한 선수가 관중의 집중 야유를 받았다.
다름아닌 스페인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6,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코스타는 브라질 태생으로 지난해까지 브라질 대표팀에서 뛰었지만 같은 해 국적을 취득한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나섰다.
브라질 홈 팬들의 야유가 집중된 이유다. 조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를 택한 데 따른 배신감의 발로였다. 특히 스페인 리그에서 지난 시즌 27골로 팀 우승을 이끌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을 터뜨려 준우승을 견인한 특급 골게터였기에 실망감은 더 컸다.
코스타는 지난해 10월 스페인을 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태어난 나라와 나에게 모든 것을 준 나라 사이에서 선택이 쉽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옳은 선택을 했고, 브라질에 나쁜 감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경기는 코스타의 스페인 대표팀 공식 데뷔전이었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와 평가전에서 브라질 대표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약 1년 3개월 만이다.
코스타가 볼을 만질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퍼진 야유는 전반 26분 절정에 달했다. 코스타가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상황이었다. 짧은 순간 함성이 터졌지만 이내 야유로 바뀌었다.
이에 코스타는 자못 의연하게 대처했다. 쏟아지는 야유에 오른 검지를 입에 가져가며 팬들의 침묵을 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투쟁심이 강한 코스타의 야유에 대한 대응 방법이었다. 결국 코스타의 페널티킥 유도는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스페인은 이후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에 연속골을 내주며 1-5 대패를 안았다.
코스타도 후반 17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와 교체되며 벤치에서 씁쓸하게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조국 브라질에서 열린 코스타의 스페인 대표팀 데뷔전은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