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는 자국이 아닌 곳에서는 야유를 받을 운명인가 보다.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축하하는 날, 때 아닌 '주먹감자' 해프닝을 일으켜 붉은 악마들을 열받게 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시도 때도 없는 '침대 축구'는 두말 하면 잔소리.
이번에는 브라질 팬들이 이란 축구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지루했고 재미도 없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 2014 브라질월드컵은 첫 12경기가 열리는 동안 단 한번도 무승부가 나오지 않았다. 매경기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졌고 역전극도 자주 연출됐다.
17일 브라질 쿠리치바의 아레나 다 바이샤다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무승부가 나왔다. 그 것도 0-0, 득점없는 무승부였다. 이란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에 나이지리아도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이란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최전방 공격수 구차네자드를 제외한 전 선수를 후방으로 내려 탄탄한 수비벽을 세웠다.
이란의 사령탑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작년 울산에서 한국을 꺾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뒤 경기 전까지 계속 됐던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과의 감정 다툼을 염두에 둔 듯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펼쳐 빈축을 샀던 케이로스 감독이다.
이란은 수비벽을 두텁게 세운 뒤 역습과 세트피스를 통해 상대 골문을 노렸다. 후반 들어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예리함이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끈임없이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개인기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를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수비 축구도 축구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 후 팬들에게 이런 경기는 낯설기만 했다. 앞서 열린 12경기에서 총 41골이 터졌다. 평균 3.4골이 나왔다. 매경기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