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총리 내정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튿날인 22일 문 내정자에 대해 침묵했다. 박 대통령이 침묵함에 따라 청와대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을 수 없었다.
◈ 사퇴 굳히기 야권, 버티는 문창극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문 내정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했다. 문 내정자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끝났다고 판단한듯 했다. 대신 2기내각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박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께 고언 드린다. 인사참극을 사죄하고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질과 2기 내각 전면 재검토를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총기난사 사건 등 어수선한 민심을 언급하며 "집권세력은 국무총리 후보와 2기 내각 후보로 국민의 뜻과는 반대인 분들을 세워서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꼬집으면서 "참사 탓에 새 내각이 구성되는데, 참사를 잊을 정도로 인사문제가 크다니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김 대표를 거들었다.
하지만 '참극'의 당사자인 문 내정자는 이틀째 두문분출했다. 해외 순방중인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요구안 재가를 미루면서 알아서 판단하라는 '사인'을 줬지만 박 대통령 귀국날과 이후 첫째날을 칩거로 대응한 것이다.
문 내정자의 이런 칩거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야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에서도 자신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면서 사퇴 시기와 방법 등을 고민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할 수 있는 칩거의 두번째 이유는 자신을 총리 후보로 내정했다가 며칠도 안돼 표변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이다.
가만히 놔뒀으면 보수 논객으로서, 저명한 언론인으로서 명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도 출사를 시켜놓고 여론이 안좋아지자 불편해 하거나 불쾌해 하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일 수 있다.
문 내정자의 칩거 이유가 첫번째라면 사태는 곧 마무리될 수 있지만 두번째라면 그 누구보다 박 대통령이 안게 될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수는 극히 제한문 내정자에게 청문회에도 서지 못한 채 안대희 전 후보자처럼 중도에서 사퇴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일이다.
안 전 후보자는 다 던지는 화끈함이라도 보여줬지만 문 내정자는 친일논란에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만을 보여준 상태에서의 만신창이 낙마 밖에 안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문 내정자가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청문회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박 대통령은 난감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문 내정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분명히 확인된 상황에서 자진 사퇴를 기다릴 경우 문 내정자를 감싸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7.14 당권 고지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당권 주자들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당청관계가 멀어지고 경색될 수 있다.
특히 7.30 재보선을 앞둔 새누리당 일부에서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내정자가 자신 사퇴를 거부한 채 버틸 경우 박 대통령이 문 내정자에 대한 총리임명동의안만 뺀 채 나머지 국무위원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요구안만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