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안을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 분리주의 세력 간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입장 표명과는 별도로 자국군에 대규모 전투태세 점검 훈련을 지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은 가시지 않고 있다.
◇ 푸틴, 우크라 평화안 지지…협상 촉구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독일 나치군의 옛 소련 침공 기념일을 맞아 크렘린궁 옆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나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교전당사자들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휴전에 기초해 모두가 수용 가능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포로셴코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며 러시아는 이 계획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적 (협상)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표한 평화안을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의 협상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포로셴코 대통령도 이날 수도 키예프의 무명용사 묘에 헌화한 뒤 평화안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바스(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 주민들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국민으로 남을 것이며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평화안도 협상을 통해 국가통합성을 회복하고 평화를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포로셴코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선 "단호하고 즉각적인 평화 회복 조치와 국민통합"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크렘린궁이 발표한 보도문을 통해 포로셴코 대통령이 발표한 평화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대화를 호소했다.
푸틴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교전 중단에 관한 포로셴코 대통령의 결정과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 추진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평화안이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을 지녀선 안 되며, 전투 행위 중단과 함께 열린 가능성이 교전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와 정치적 타협안 도출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면서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 자국군엔 전투태세 점검 훈련 지시 = 푸틴의 평화안 지지 선언은 그러나 러시아 중부 지역 군부대에 대한 전투 준비 태세 점검 훈련 지시와 함께 발표돼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1일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중부 군관구'에 대한 전투태세 점검 훈련을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부 군관구는 러시아의 4대 군관구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중부 지역과 우랄 및 시베리아 지역을 관할한다.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서부 군관구에 인접한 군관구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러시아의 군사 훈련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을 높일 수 있다며 비판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 산하 유라시아·러시아·동유럽 연구센터의 앤젤라 스텐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 중단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서방국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말보다는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앞서 포로셴코 대통령은 지난 20일 분리주의 세력과의 일주일 임시 휴전안을 발표하고 동부 지역 혼란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