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때 일본군에 강제 동원돼 외국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 정부가 한국인 유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23일 남영주(75·여) 씨 등 유족 4명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측과 함께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참의원 의원회관을 방문해 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와 면담하고 유해발굴 사업에 관한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유해 발굴 사업에 한국 유족을 정식으로 참여시키고, 발굴된 모든 유해의 DNA 검사를 시행해 신원 정보를 파악한 뒤 유골을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또 유해를 찾고 싶어하는 한국 유족의 DNA 정보를 수집해 유해 조사에 활용하고 당사자의 사망지역이 판명되면 유족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유해를 일본인 유족에게 돌려주려고 실시하는 DNA 조사 관련 절차를 한국 유족에게도 마찬가지로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NEWS:right}
한국 측 방문단은 마셜제도의 콰잘렌 환초(環礁)에 있는 전몰자 묘지가 해안 침식 때문에 유실될 우려가 있는 것과 관련해 이곳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한국인 피해자 유족 6명의 DNA 정보를 일본 정부가 우선 활용해 유해를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제기했다.
후생노동성 측은 유골 수습 과정에서 한국인이 확인되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뜻을 표명했으나, 한국인 유해 발굴에 관해서는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해 발굴에 한국 유족의 참가는 곤란하며 DNA 검사는 희생자의 유골이 온전하게 확인되거나 유류품으로 가족이 누구인지 추정되는 때에만 실시한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 측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혼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묘지에 관해서는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도쿄도 메구로(目黑)구의 사찰 유텐지(祐天寺)에 한반도에서 동원된 이들의 유골 700위가 보관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남한 출신자의 유해는 275위다.
한국 측 면담 참석자는 이 가운데 온전한 형태의 유골이 아닌 유품, 머리카락 등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는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와 아이하라 구미코(相原久美子)·모리모토 신지(森本眞治)·가미모토 미에코(神本美惠子)·하쿠 신쿤(白眞勳) 등 일본 민주당 참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족의 일원으로 면담에 참석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후생노동성 답변에는 안되다는 얘기만 있다"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를 생각해 달라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2차 대전 때 일본에 의해 군인·군속으로 동원됐다가 사망한 한반도 출신자 약 2만1천 명 가운데 2008년 기준으로 유골이 반환된 것은 2천여 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