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갖고 있는 5억원의 예금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98년 3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2차장을 그만둔 후 사돈기업인 LIG손해보험에서 고문으로 일한 것 외엔 특별한 경제활동이 없었다.
1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97년 1억8000만원 정도의 예금을 보유했지만, 현재 5억2000만원의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역시 예금액이 8000만원이다.
97년 이후 17년간 이 후보자의 예금이 3억4000만원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애초 예금(1억8000만원)에다가 국정원 퇴직금(1억3000만원)을 합친 금액과 여기에 붙은 이자, 그리고 LIG손해보험 연봉 일부를 저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억원이 넘는 돈을 예금하면 외환위기 직후 금리가 15%에 달해 단순계산해도 1년에 4500만원의 이자가 붙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이자 소득으로 3억원 정도의 돈을 5억원으로 불리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98년에 우리은행은 16%까지 1년 약정으로 해주는 상품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고금리는 1~2년이 지나면서 빠르게 한자릿수로 돌아와 이렇게 돈을 불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자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 후보자가 퇴직금과 LIG손해보험 급여 일부를 저축했다면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가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퇴직이후 1999년 3월~2001년 5월까지 일본 게이오대 방문교수를 빼고는 2001년 12월~2002년 9월 한나라당 총재 특보, 2002년 9월~2002년 12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역, 2004년 3월~2004년 4월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2005년 5월~2013년 5월 여의도연구원 고문 등 대부분을 정치권에 몸담았다.
그나마 정치권을 벗어난 때는 2008년 7월~2013년 3월 LIG손해보험에서 고문으로 일했던 것이 전부다. 이 후보자는 이곳에서 연봉 5000만원 정도를 벌었다.
국정원 측의 설명대로라면 최소한 5년간은 LIG 연봉에 의지해 생활하면서 일부를 저축했다는 말이 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주일대사로 일하면서 6500만원의 급여를 받았고 6200만원을 썼다.
이 후보자가 알뜰히 돈을 모았다고 해도 장남의 학자금과 골프 회원권 구입 등 억대의 비용을 어디서 났느냐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2000년대 초반에 국내 대학에 들어간 후 2005년 군대를 마치고 일본 도쿄에서 유학해 여기서 대학을 마쳤다. 여기에 더해 이 후보자는 2007년 4600만원에 달하는 골프회원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또 이 후보자는 1999년 이후 50여회 일본 미국 등 해외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비용만해도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