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사들에 대한 담합 과징금 규모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전원회의를 열어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입찰 담합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또 오는 23일에는 호남고속철 다른 구간 사업자 9곳에 대한 담합 혐의 심사가 예정돼있다.
공사비가 2조 2천억원임을 감안하면 과징금도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이며, 들러리를 선 회사에도 최대 5%가 부과된다.
이와 별도로 서울경찰청도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 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22개 건설사를 수사 중이다.
건설사들은 이미 4대강과 경인운하사업,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 등으로 약 4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상태다.
도합 1조원 가까운 과징금 폭탄을 맞은 것으로,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또 다른 악재를 만난 것이다.
현재까지 약 4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징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헛장사를 한 셈”이라며 “중견업체들의 타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과징금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벌이는 한편, 담합이 일부 관행적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정상참작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호남고속철 사업의 경우, 공구별로 수익성이 다르기 때문에 입찰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성이 낮은 공구에 입찰자가 나서지 않으면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또 4대강 공사 등의 경우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했을 뿐이고 별 이익을 남긴 것도 아닌데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긴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반응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임원은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고, 담합도 굳이 말하자면 살아남기 위한 ‘생계형 담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과징금뿐만 아니라 일종의 영업정지 격인 ‘부정당 업체’ 지정(입찰참가 자격제한), 형사고발, 발주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뒤따르는 것은 중복처벌이라며 관용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업계 간담회에서 “법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지만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