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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분의 1 토막났지만"…14년째 붕어빵 아저씨의 '365만원'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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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매출 3분의 1 토막났지만"…14년째 붕어빵 아저씨의 '365만원'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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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형편에 나눈 어머니가 그랬다…매일 1만 원씩 모은 '아름다운 고집'
    "불황에도 선례 이어져야" 올해도 어김없이 365만 원 기부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후문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남수(66)씨는 매출액 중 하루 1만원씩 모아 매년 365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김씨 제공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후문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남수(66)씨는 매출액 중 하루 1만원씩 모아 매년 365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김씨 제공
    찬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붕어빵만큼 따스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후문 앞에서 '쿠키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며 14년째 기부하고 있는 김남수(66)씨의 이야기다.

    12일 익산시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도 이웃돕기 성금 365만 원을 기탁했다. 매일 붕어빵을 팔아 번 돈에서 1만 원씩 별도 보관하며 14년째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의 첫 기부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음식점과 노래방을 운영하다가 전북대학교 신정문 지하보도에서 계란빵, 와플, 구운 오징어 다리 등을 팔며 노점 장사를 시작했다.

    여섯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도 그는 기부를 잊지 않았다. 요르단 한국교민 봉사단 '사랑의 오아시스'와 전주 사회복지관에 꾸준히 송금했다. 15년 전 전북 익산에 점포를 열면서 후원할 곳에 익산시를 추가했다.

    김씨가 나눔을 '천직'으로 여기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일제 강점기 때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 전북 김제에서 정착했다. 그러나 노름과 술을 좋아하던  아버지 때문에 가세가 기울자, 어머니는 머리에 깡구리(짚으로 만든 바구니)를 이고 생선과 화장품 등을 파는 '보따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김씨의 어머니는 틈틈이 이웃에게 베풀었다. 그는 "어머니는 음식을 만들면 항상 집집마다 다니면서 나누셨다"면서 "자연스럽게 베풂을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정기적인 기부 외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 명절마다 비누, 식용류 등 생활용품과 계란을 보내고 있다.

    김씨의 묵묵한 선행은 지역 사회,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도덕 교과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CBS노컷뉴스에 2년 전 학부모와 학생 한 무리가 가게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김씨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이유를 묻자, 인근 중학교 도덕 교사 3명이 수업 시간에 김씨의 사연을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이를 들은 학부모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사정을 들었다. 김씨는 "내 기부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은 예전만큼 김씨의 벌이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유행 후 원광대 인근 상권이 쇠퇴했다. 주변 상가의 30%~40%는 문을 닫았다. 고물가·고유가가 겹치면서 매출 대비 이윤도 줄었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도 나눔을 향한 김씨의 고집은 여전했다. 그는 "내가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은 기업이나 단체가 동참해 기부 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붕어빵을 팔아도 기부한다'는 게 내 좌우명"이라고 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묵묵히 선행을 이어온 김씨에게 최근 겹경사가 생겼다. 아들이 요즘 잘 나가는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김씨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을 정도로 자립심을 강조했다.

    그는 "아들에게 '네 앞가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스스로 아르바이트하며 길을 찾더라"며 "3개월 간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회사에 합격해 마음이 참 흐뭇하다"고 웃음 지었다.

    김씨는 "건강이 허락해 돈을 벌 수 있는 날까지는 기부를 계속할 것"이라며 "나의 작은 행동이 시민들에게 전해져 익산시 전체에 따뜻한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씨의 선행에 정부와 시도 화답했다. 김씨는 2015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24년 제29회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을 받았다.

    익산시 관계자는 "오랜 시간 시민들과 함께하며 나눔을 이어 온 김남수씨의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전달된 성금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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