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순천의 은신처 인근에서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40일이 지나도록 사망 가능성조차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인 변사사건인 줄 알았다"는 것이 검찰의 군색한 변명이었다.
지난달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는 시신이 발견된 지 40여 일만인 지난 21일 저녁에서야 대검에 당도했다.
"유병언의 꼬리를 놓지 않고 있다. 꼭 잡겠다"며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은 당일이다.
대검 관계자는 "21일 퇴근 무렵이 돼서 경찰에서 인천지검으로 연락이 왔고, 인천에서 대검에 보고된 것은 저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2일 유 씨 은신처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에 수상한 사체가 발견됐지만, 사건을 맡은 해당 검사는 일반적인 변사사건으로 처리했으며, 상부에서도 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류품에는 유 씨 계열사인 한국제약의 스쿠알렌 빈병이 발견되는 등 의심해볼 만한 정황이 충분히 있었지만, 경찰관도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도 통상적인 변사사건으로만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사를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는 바빠서 신문을 읽어보지 못하니까 유병언 관련 내용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며 "유류품에 대한 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정밀 감식을 위해 서울로 이송된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 박종민 기자)
"(변사체 발견은)너무나 흔한 일이다"며 "한 달에 200건을 처리하는 '루틴'한 업무 속에 있는 검사기 때문에 (검사의 일처리가) 평균점수 정도는 된다고 봐야한다"며 해당 검사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시신 확인절차가 늦어진 데는 검찰이 애당초 유 씨의 사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를 간과한 탓도 있다.
조력자들로 보이는 구원파 신도들이 전남 지역 일대를 움직이며 통화가 집중됐던 상황이기 때문에 사망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오히려 "유 씨가 죽었다면 왜 그렇게 측근들이 바쁘게 움직였을까 그것이 의문이다"며 검찰 스스로도 멋쩍어했다.
이처럼 검찰의 안이한 판단속에 통상적인 변사사건으로 처리되면서 무려 40여 일 동안 수사력이 낭비된 것은 물론 검경이 총동원돼 죽은 자의 꼬리를 뒤쫓은 형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