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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호남 이정현 선택…TK 김부겸을 부른다

    호남이 깬 지역주의 망령, 대구경북이 응답할 차례

    당선 소감 발표하는 이정현 당선인 (사진=최창민 기자)

     

    호남이 이번만은 이정현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일더니 급기야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획을 긋는 정치사를 썼다.

    전남 순천곡성이 직접 '지역주의 철벽'을 깨는데 앞장섰지만 광주와 목포, 여수, 전주에서도 이번에는 먼저 호남이 변해 대구경북(TK)에 손을 내밀자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수도권에 사는 호남 사람들 상당수가 고향인 호남과 순천곡성을 향해 알게 모르게 이정현을 살려 호남의 '통큰 정치'를 보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30일 하루 동안 기자에게 이정현 당선 여부를 묻는 호남 출신 공직자들이 열 명이 넘을 정도로 이정현 후보의 당선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호남인들의 민심이 있었다.

    이날 밤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자 "호남이 자랑스럽고, 호남이 고향이라는 사실이 너무 당당하다"고 문자를 보내는 공직자들이 세 명이나 됐다.

    ◈ 이정현 당선자 못지 않게 호남 출신들이 더 반겼다

    호남이 정치적 텃밭이라는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만 수도권 호남인들의 이런 민심의 움직임을 몰랐다.

    사실 광주의 선택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수도권, 전국에 살고 있는 호남인들의 선거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실제로 연동돼 있었다.

    2014년 7.30재보궐 선거의 주인공은 이정현이었다.

    새누리당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하고 자전거로 선거운동을 한 혈혈단신의 승리였다.

    이정현 당선자는 "이번 선거결과는 이정현이 잘나서가 아니라 일단 한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겸양의 태도를 보인 뒤 "우리 국민들은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새누리 민현주 대변인, "호남의 승리"라고 평가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서 이정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호남과 대한민국의 승리"라며 "80년 광주에 이어 2014년의 호남민심은 선거혁명을 통한 지역구도 타파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정현의 승리이자 호남의 승리였다는 평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심지어는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근래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혹독한 인사 차별과 예산 차별을 겪은 호남인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믿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리고 일종의 '정치적 가해자'(광주 학살을 일으킨 군부 독재 정권의 하수인인 정당)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의 남자라는 이정현을 선택한 것이다.

    호남인들은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들어 번듯한 고위 공직 자리에 한 명의 호남 출신이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권력의 자리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호남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 이정현, 호남의 씨를 살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자료사진)

     

    그럼에도 그들이 이정현을 당선시킨 것은 그동안 소외, 차별받은 데 대한 한(恨)을 스스로 풀자는 용서의 심리와 함께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의 변방에 머무르지 않고 중심부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1990년부터 호남의 문을 두드려온 이정현 당선자의 뚝심과 호남 사랑에 대한 평가가 한몫했다.

    지난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호남 예산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호남 예산 배정을 위해, 호남 출신 공직자들의 배려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졌다. 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기도 하다.

    지역주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거위의 꿈'을 이루는데 개인적으로는 19년, 광주 전남의 정치역사로는 무려 26년이라는 성상이 걸렸다.

    ◈ 26년만에 허물어진 지역주의

    그는 네 차례나 호남에 도전장을 냈으며 수도권에 출마하느니 차라리 호남에 가 죽어버리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지역주의 철벽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지난 1988년 소선구제가 도입된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광주 전남에서 당선된 것은 처음 있는 대사건이다.

    이정현 당선자와 호남의 민심이 쌍박자를 내면서 결코 깨질 것 같지 않던 지역주의 장벽이 와르르하고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성과가 '지역주의 망령'이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대통합의 정치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뿌렸고,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라는 3김씨를 거쳐,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더 심화된 '구조적 지역주의 이데올로기가 종언을 고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음 차례는 대구·경북(TK)이다.

    부산에서는 문재인 의원과 조경태 의원이라는 야당 의원이 있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현 야당이 지난 1988년 이후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인물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르다.

    새정치연합의 김부겸이라는 걸출한 정치 스타가 이정현과 다른 동쪽에서 지역주의 장벽을 붕괴시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43%를 득표했고, 2012 총선에서는 40%의 지지를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 대구 출마를 공언하고 있고 지금도 대구에서 지역을 도는 대구사람이 됐다.

    2016년 4월 총선이 되면 대구·경북인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 TK, 김부겸 살리면 야권의 대선 후보급으로 부상한다

    김부겸 전 대구시장 후보 (자료사진)

     

    호남이 이정현을 살린데 대한 정치적 '응답'을 해야 하고 지역주의 타파의 희망의 불씨를 살릴 책임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호남이 자칭 박근혜의 남자를 선택한 것을 평가한다면 밉든 곱든 "대구의 아들이 되겠다"는 김부겸을 당선시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결국 '호남의 이정현 선택이 TK의 김부겸을 부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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