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내놓은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 논문을 둘러싸고 예상 밖의 사건이 이어져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STAP 논문은 생명과학의 상식을 뒤집는 성과로 알려져 과학계를 흥분시켰다가 연구 부정 사실이 드러나 일본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데 이어 공저자인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52)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의 자살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이화학연구소 개혁위원회가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권고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는 국면에서 이번 사건이 터짐에 따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세기의 발견' 백지화·공저자는 자살 =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STAP 세포를 쥐 실험에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올해 1월 28일 발표하자 일본 언론은 세기의 발견이라고 평가하며 들뜬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논문을 주도한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연구 주임은 젊은 여성 과학자라는 점에서 일약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일본 언론의 관심은 오보카타 씨가 선보인 앞치마형 연구복 등 그의 패션으로까지 확산할 정도였다.
그러나 논문이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린 후 사진 자료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가 잇달아 조사에 착수했다.
이화학연구소는 변조·날조된 화상 자료가 논문에 사용됐다고 결론을 내렸고 네이처는 집필자의 동의를 거쳐 논문을 철회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오보카타 씨의 지도 역을 맡았고 공저자이기도 했던 사사이 부소장은 논문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연구 부정에 관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불명예를 뒤집어쓴 사사이 부소장은 통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 5일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남기고 목을 맸다.
오보카타 씨가 STAP 현상 자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검증 실험을 진행하는 와중에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일본 언론은 그의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STAP 세포 논문의 작성 과정 규명이나 검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논문이 백지가 되고 나서도 STAP 세포의 존재 가능성을 강조하며 오보카타 씨를 지지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가 의문이다.
이화학연구소는 사사이 부소장의 죽음과 관계없이 검증이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사이는 줄기세포연구의 천재"…'당혹스럽고 안타깝다' 반응 = 사사이 부소장의 자살은 그간의 명성 때문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는 1986년 일본 교토(京都)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후 1998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교토대 재생의학과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하는 등 생명과학 연구자로서 출세의 길을 달렸다.
2003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이화학연구소로 소속을 옮겼으며 10년 만인 작년부터 부소장을 맡았다.
사사이 부소장은 동물의 신경세포를 만드는 물질에 관한 연구를 주로 담당했으며 2012년에는 인간의 배아줄기세포(ES세포)에서 입체적인 망막 조직을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미국 학술지 '셀 스템 셀'에 결과를 발표하는 등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