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윤 일병 폭행을 지시한 유 모 하사가 작성한 진술서
정말 악몽 같은 하루였다. 일요일 새벽 0시에 시작된 선임병들의 폭행은 날을 새고 한나절이 지나도록 끊이지 않았다. 폭행은 끝내 윤모(20) 일병이 의식을 잃고서야 잦아들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윤 일병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집단폭력’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새벽 0시부터 때리고 잠 안 재우고 침 핥게 해
6일 CBS가 입수한 수사기록을 보면 윤 일병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당일인 지난 4월 6일 새벽 0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모(25) 병장은 윤 일병이 대답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한 달 후임인 하모(21) 병장에게 뒤에서 팔을 잡게 한 뒤 복부를 발로 6차례 걷어찼다. 지모(20) 상병도 이 병장의 지시에 따라 배를 3~4대 때렸다.
이 병장은 새벽 2시쯤에는 윤 일병에게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선임병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일병은 불 꺼진 생활관 침상에 홀로 앉아 있다가 새벽 3시쯤 깜빡 잠이 들었다.
폭행은 6일 아침부터 다시 이어졌다. 아침 7시 30분 잠에서 깬 이 병장이 윤 일병이 지시를 어기고 잠을 잤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뺨을 3회, 발로 허벅지를 3~4대 때린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윤 일병이 구보에서 뒤쳐지자 20분 뒤에는 폭행의 강도가 한층 더 세졌다. 이 병장은 먼저 손바닥으로 윤 일병의 뺨을 3~4대 때리고는 이모(20) 상병과 지 상병에게도 뺨을 3~4대 폭행하도록 강요했다.
이 병장은 오전 10시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트집을 잡아 다시 윤 일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발로 허벅지를 4대 때리고 급기야 바닥에 가래침을 뱉더니 이를 핥아먹도록 했다.
◈ 부대원 모여 냉동식품 먹다가 다시 트집잡아 폭행 시작
그리고 오후 4시 7분쯤 윤 일병 사망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폭행이 시작됐다. 부대원들이 한데 모여 냉동 순살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있다가 이 병장은 자신의 질문에 윤 일병이 늦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2~3차례 내리쳤다. 윤 일병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이 병장은 또다시 윤 일병의 배를 2~3차례 발로 걷어찼다.
하 병장은 윤 일병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며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집어던지며 손바닥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이 때가 4시 11분이었다. 바로 이어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자 “잘못 배웠다”고 지적하며 “우리 아버지도 조폭인데 너희 애미와 누나는 창녀냐?”며 윤 일병이 배를 움켜잡지 못하도록 양손을 잡은 채 배를 발로 찼다.
폭행은 계속됐다. “왜 우리 아버지 깡패 얘기를 꺼냈냐”며 때리고, 입안에 치킨을 물고 있던 윤 일병이 바로 대답을 못하자 또 때렸다. 그 순간 윤 일병의 입 속에 있던 치킨이 튀어 나왔다. 이 병장은 이번에는 윤 일병에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핥아 먹으라고 지시했다.
5분 뒤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15회 이상 시켰다. 윤 일병이 계속된 구타에 걸음을 잘 걷지 못하자 그걸 이유로 의무실을 뛰어다니게 했다.
오후 4시 25분쯤 정신이 혼미해진 윤 일병이 이 병장의 질문에 반말로 대답했다. 이 병장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윤 일병을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도망칠 수도, 피할 수 없는 구석에서 이 병장은 발로 가슴과 배를 여러 차례 구타했다.
◈ 지속된 폭행ㆍ가혹행위에 의식 잃었는데도 꾀병이라며 또 때려
4시 30분쯤 윤 일병이 “물을 마시고 싶다”고 호소하자, 이 병장은 1분 내로 먹고 오라고 지시했다. 윤 일병이 작은 목소리로 답하고 힘들게 발걸음을 내딛자 이 병장은 이번에는 태도를 문제 삼으며 얼차려를 시켰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던 윤 일병은 가까스로 자세를 유지했고 이 병장은 또 “얼차려 자세가 이상하다. 내가 갈 때까지 이상하게 하면 죽는다”고 협박했다. 윤 일병이 다시 자세를 고쳐 잡자 이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을 향해 “아픈척하면서 우리를 기만하네”라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