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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발표로 밝혀진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사건/사고

    수사결과 발표로 밝혀진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아동복지법 혐의 추가해 송치…남편 유기 '공소권 없음'

    7일 오전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 앞에서 피의자 이 모(50.여) 씨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제공)

     

    경찰은 8일 오전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 모(50.여) 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신 2구로부터 수면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남편과 직장동료 A(49) 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A 씨의 시신에서는 졸피뎀과 독실아민 등 2종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의 시신에서는 독실아민만이 다량으로 나왔다. 치사량 수준인지는 아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정식 결과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졸피뎀은 수면 성분이 강해 처방전이 없으면 구입할 수 없다. 하지만 독실아민은 수면을 유도하는 효능으로 졸피뎀 보다 효과가 약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

    또 이 씨의 집에서는 이들 성분이 들어있는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 아론정이 발견됐다.

    이 씨는 지난 1995년 교통사고로 둘째 아들을 잃은 뒤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아 이들 약을 처방 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해 자신이 복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성격이 쾌활해져 수면제를 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 박 모(51) 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제외됐다. 사체은닉죄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이 씨와 이 씨의 큰아들(28)이 "10년 전 자연사한 아버지의 시신을 함께 옮겼다"는 진술도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진실 반응이 나왔다.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 모(50.여) 씨의 집.

     

    남편의 장례를 치르거나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씨는 "둘째 아들이 숨진 이후에 시간이 멈췄고 당시 세상 물정을 몰라 신고하는 방법도 몰랐다"면서 "남편을 너무 사랑해 2~3일을 울었더니 시신이 부패돼 고무통에 넣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남편의 시신을 베란다에 있는 고무통에 넣은 뒤 큰아들에게 며칠 뒤 묻을 테니 작은 방으로 함께 옮겨달라고 부탁하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의 행적도 이들의 진술대로 10년 전인 지난 2004년 이후 확인되지 않았다.

    검거 당시 경찰관이 '2명 모두 죽였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 씨는 "막내아들이 잘못돼서 죽은 줄로 알고 그렇게 말한 것이지 남편은 죽이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 씨를 숨겨준 스리랑카인은 몇 번 만난 사이로 특별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발각 직전 2개월간 만났던 한국인 남성 B 씨 역시 혐의를 입증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A 씨를 살해하게 된 경위가 나왔다. 이 씨는 지난 2013년 5월쯤 집을 찾아온 A 씨가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자신이 맡긴 3개월 치의 월급을 돌려주거나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이 씨는 당시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가 욕설을 듣고 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와 다투던 중 주변에 있던 스카프로 목을 감고 얼굴에 랩을 씌워 살해했다"고 말했다.

    직장동료인 A(49)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은닉)로 앞서 구속된 이 씨는 막내아들(8)을 쓰레기장 같은 집 안에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가 추가됐다.

    이 씨는 약 2달 간 B 씨와 지내면서 막내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가끔 빵과 우유, 인스턴트식품을 갖다줬다고 했다.

    이 씨는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삶에 의욕이 없어졌다"면서 "그래서 되는대로 인생을 살았고 집 안에 쓰레기도 치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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