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인권을 강조하면 전투력이 약해질까요?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인권 보호입니다. 그런 군대가 장병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전투력도 약해지는 것이죠."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육·해·공군 모든 부대가 8일 훈련 등 일과 활동을 중단하고 특별인권교육에 나섰다.
이날 경기도 고양의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기갑수색대대 전 장병도 오전부터 다른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기지 내 강당에 모였다.
교육을 맡은 법무참모 김규하 대위는 "'생활관 군기를 잡으려면 선임병도 폭언·욕설 좀 해야지', '요즘 애들이 말로 한다고 통하나'. '어느 정도 인권 침해는 가능하다' 이런 생각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며 경각심을 깨우려고 했다.
김 대위는 "구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징계해야 하는 것"이라며 "간부님들도 육군 규정에 따라 해달라. 사적 감정 배제를 제일 신경 써달라"며 지휘관·간부를 향해 당부했다.
파워포인트 등을 통해 실제 병영 내에서 일어난 폭력·가혹행위와 그에 따른 처벌 등 사례 중심의 교육이 이뤄졌다. 가해자·피해자 인터뷰 등 영상도 여러 개 상영됐다.
김 대위는 "동성애와 이성애는 다른 게 아니다. 다 군생활 할 수 있는 권리를 적극 보장 해줘야 한다"며 "지휘관에게도 당부한다. 지속적으로 면담하는 것은 중요한데, 그것보다 면담 결과를 누설하면 안 된다. 각별히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체 교육을 마친 뒤에는 중대·소대별 토론이 이어졌다.
김동만 대위가 중대원들과 모인 자리에서는 오전 교육에 대한 소감과 함께 인권침해 사례가 생겼을 때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서명환 상병은 "상급부대나 감찰부 이런 곳을 얘기했는데, 이등병과 일병은 보고하기 힘들다"며 "중대장님에게 보고할 수 있는 '마음의 편지'는 익명이 보장되니까 그것으로 해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위는 "지휘보고 체계를 이용하고 안 되면 부모님한테 이야기해라. 부모님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인권 침해한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된다. 이번 사건처럼 참아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20년을 살다 입대했다는 황태준 일병은 교육을 마친 후 취재진에 "장병들이 장난삼아 성적인 얘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그런 일들이 심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인권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됐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이번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부랴부랴 이뤄진 이번 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군내 인권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