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명량'의 흥행돌풍이 정치권에도 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영화관을 찾은데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출입 기자들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겠다며 일정을 알렸다.
야권에선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처한 어려움을 임진왜란 당시 상황과 비교하며 연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영화 관람으로 택했다.
김 대표의 측근은 "대표가 '충(忠)은 백성에게 하는 것'이라는 영화에 나온 대사를 듣고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면서 "기자들과 밥을 한 번 먹는 것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당의 대표로서,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리더십에 대한 호감도 영화를 선택한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도 비슷한 기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영화에 나오는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차용해 '무당무사(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는 말로 비대위원장으로 승격한 일성을 밝혔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선 "촛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서 나랏일 생각에 이르니,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다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과 우리가 이겨내야 할 시련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명량 속의 이순신 장군을 상기시키는 것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난 이후 재창당 수준의 혁신 작업에 나선 '원탑'으로서의 역할과 맞닿아 있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어려운 상황을 이순신 장군이 위기에 처한 상황과 접목시키며, 다시 한 번 혁신을 통해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고자 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당의 대표 이외에도 여의도에서 정치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명량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영화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관람평을 트위터에 올렸고,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도 주말에 영화 관람을 하겠다고 알렸다.
영화 '명량'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치인들이 이렇게 너도나도 명량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순신 리더십을 자신의 이미지에 결부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다. 이같은 영화를 보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이미지와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를 오버랩 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RELNEWS:right}
특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지도력 부재로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들이 이순신 리더십 따라하기에 나서며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오랜 불황에 따른 실망감이 이순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정치인들이 '이순신 배우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쇄신하고자 하는 뜻으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