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 도스라는 클럽은 윤정환이라는 지도자를 담아두기에 너무나 작은 그릇이었다.
일본 J리그 사간 도스는 지난 7일 윤정환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사간 도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J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은 현지에서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정환 감독은 자신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사간 도스에서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이듬해부터 기술자문을 시작으로 코치, 수석코치, 감독까지 승승장구했다.
윤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도스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사간 도스도 무섭게 성장했다. 1997년 실업 팀으로 창단 후 1999년 J2리그로 입성한 사간 도스는 윤정환 감독의 부임 첫 해 J2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J1리그로 승격했다.
승격 첫 해 5위에 오르는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평균 관중을 1만2000명까지 늘렸다. 지난 시즌에는 J1리그 18개 팀 가운데 12위로 다소 순위가 밀렸지만 일왕배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윤정환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시즌이 진행중인 현재 쟁쟁한 팀들을 물리치고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사간 도스는 갑작스레 윤정환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지난 8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가이 다카유키 사간 도스 강화부장은 "서로의 장래를 생각해 윤정환 감독과 결별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브라질월드컵 기간 중 구단과 윤정환 감독이 약 10회의 면담을 가졌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사간 도스는 "선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닛칸스포츠'는 구단과 윤정환 감독이 계약상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닛칸스포츠'는 2014년 1년 계약으로 2000만엔(약 2억원·추정치)의 연봉을 받는 윤정환 감독이 조기 계약 갱신을 요청했지만 구단이 재정상의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방 연고의 소규모 구단 입장에서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사간 도스가 리그 선두로 팀을 이끈 윤정환 감독과 결별을 선택한 이유다. 사실상 사간 도스가 현재의 성적이 계속될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야 하는 등 금전적인 지출이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해 윤정환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