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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세월호]김장훈 "단식 힘들다고 하면 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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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각의 세월호]김장훈 "단식 힘들다고 하면 사람 아냐"

    '잊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벌써 기억 저편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7·30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쫓기듯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망각'을 위한 또 다른 야합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망각'의 대한민국…. 세월호마저 '망각'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인가?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에 동참한 가수 김장훈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거제도에서 올라온 한 시민의 격려를 받으며 포옹을 나누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14일째를 맞은 오늘, 하루도 편할 날 없이 2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제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사람이 아니죠".

    가수 김장훈도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선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참사 네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김장훈은 유가족들과의 동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김장훈은 이곳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 4일 째를 맞았다.

    그가 단식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가수이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었다.

    김장훈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음 아팠다"면서 "인간적으로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을 껴안아 주는 것이다. 유가족들을 가수로서도 껴안아 드리고 싶어 왔다"고 밝혔다.

    단식에 동참하면서 그는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바로 유가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푸는 것.

    그는 "제가 이 자리에 앉아서 시민들, SNS, 언론을 통해 유가족들에 대한 억울한 오해를 풀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자하는 마음으로 왔다. 먼지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라고 털어놓았다.

    '목숨을 건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한 그에게도 단식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진도와 안산을 오가며 공연을 다니고 앨범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가수를 꿈꾸던 고(故) 이보미 양의 못다한 꿈을 이뤄주기 위해 '거위의 꿈' 듀엣곡을 열흘 밤새 녹음하기도 했다.

    김장훈은 "단식하면서 이런 일들을 한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죽어도 와야 된다, 그런 마음으로 왔다"면서 "본질은 가수가 잘 돼있어야 이런 일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10시간 음악, 10시간 세월호에 쓰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목숨을 건 단식' 발언에 담긴 뜻도 설명했다.

    그는 "상징적으로 말한 결연한 의지다. 목숨을 건다는 것은 그만큼 모든 일들을 절대로 해가 가지 않게 완벽하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무대에 오르면 그 때는 가수인 것이다. 독도를 지키든, 세월호가 됐든 그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힘들어요, 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단한 의지를 보였다.

    단식 농성장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봤다. 7세 어린이는 응원가를 준비해 그와 함께 노래를 하고, 60세 넘은 노인은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김장훈은 "'과연 변할까?'라고 하는데 우리가 못 느끼는 지금 매일 변하고, 말하는 순간에도 곳곳에서 변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제 SNS를 통해 유가족과 유민 아버지(김영오 씨)에게 응원을 보낸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 끝까지 싸워달라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 이제 주저앉지 말고, 세월호를 희망으로 얘기하자. 그래서 정말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다시 단식 농성장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이었다.

    김장훈은 "4일 동안 힘들었지만 제가 할 일 마치고 다시 온다. 2차, 3차 단식 다시 오는 이유는 떠나질 못하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약속대로 김장훈은 현재 농성장으로 돌아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상태를 염려하기도 했다.

    그는 "유민 아버지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가끔 죽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된다"면서 "유민 아버지가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 기적이다. 다리를 만지면 보통 남자 팔뚝 정도밖에 안 된다. 그것을 보고 제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 국민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 실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김장훈은 "(세월호 진상규명은) 단순히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방송을 보고 듣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부모를 위한 것"이라며 "울 힘도 없는 유가족들이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전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끝까지 지치지 말고, 놓지 말고 1년이 걸리든 평생이 걸리든 함께하고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천만 영화 '명량'에 현실을 빗대어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명량'은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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