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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약속 지킨 교황, '단식' 유민아빠 두 손 꼭 잡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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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방한] 약속 지킨 교황, '단식' 유민아빠 두 손 꼭 잡고…(종합)

    이례적으로 카퍼레이드 중 내려…3일째 세월호 유가족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례적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단식 중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교황이 방한 기간 카퍼레이드 중 차를 멈춰 세우는 일은 많았다. 아이에게 축복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적은 없었다.

    교황은 1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 모인 100만 명 정도의 신도와 시민들 사이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9시 30분께 광화문 광장 왼편을 돌던 교황은 갑자기 차를 멈춰세우고 내려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시복식을 집전하기위해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의 발길이 멈춘 곳에는 김영오 씨가 서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34일째 단식 중인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이다.

    교황이 전날인 15일 만난 세월호 유족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교황은 세월호 유족 10명을 따로 만났다. 그때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중 하나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영오 씨를 안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식적인 끄덕임이 아니었다. 교황은 유족들의 부탁대로 김영오 씨의 손을 잡은 채 약 1분간 함께했다. 짧다고 느낄 수 없는 1분이었다. 큰 미사를 앞두고 쪼갠 1분은 그 어떤 1분보다 길었다.

    김영오 씨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교황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통역을 통해 말을 전달받은 교황은 김영오 씨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유족들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며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의 제의 왼쪽 가슴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노란색 리본 모양을 한 배지가 달려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겠다는 의미의 배지다. 전날 만난 세월호 유족들에게 전달받은 선물이다. 김영오 씨는 교황에 가슴에 달린 배지가 누워져 있자 바로 세워주기도 했다.

    김영오 씨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리고는 "잊어버리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다시 당부했다. 편지에는 "당신께선 가난하고 미약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을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면서 "세월호 유가족은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니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도와주시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씨는 교황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교황을 만난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주려 한다"면서 "교황께 너무나도 고맙다"고 답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텐트 위에는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부터 셋째 날인 오늘까지 세 차례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교황 방한이 결정된 뒤 150여 단체가 교황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는 것은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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