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는 단 한 사람만 개종을 거부해도 같은 마을의 남자 전원을 몰살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보다 더 과격한 IS는 지난 15일 이라크 북부에 자리한 소수종파 야지디족 마을 코초에서 남자 80명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납치했다.
이 학살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칼로프 코데데는 IS의 전원 개종 명령에도 불구하고 촌장(셰이크) 혼자 거부하자 IS가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반(半)자치지역의 도후크 읍 병원에 입원해 있는 코데데는 "그들(IS)이 우리 모두에게 이슬람으로 전향할 것을 요구해 목숨을 부지하려고 수락했다"며 "그런데 촌장이 '나는 이슬람으로 개종할 수 없소'라고 혼자 버텼다"고 말했다.
촌장의 개종 거부는 곧 비극의 서막이었다. IS는 마을사람들을 학교 건물로 모이게 했다. 남자들은 1층에, 여자들은 2층에 따로 집합시킨 후 귀중품과 현금은 모두 압수했다.
이후 남자들을 야지디족의 본거지인 신자르로 데려다주겠다면서 10∼20명씩 미니버스에 태웠다 .
그러나 마을 외곽을 벗어나자 갑자기 버스를 세운 반군들은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코데데는 "그들이 우리에게 마구 총을 쐈다. 그들은 기관총 같은 중화기를 갖고 있었다. 나도 다리와 골반에 총을 맞았다"면서 자신의 상처 부위를 보여줬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시신 밑에 숨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한 시간 가량 누워있었으며 마침내 시신들 사이로 저 멀리 시리아계 쿠르드족 전사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쿠르드족 대원들은 코데데의 상처를 닦아주고 시리아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이라크로 옮겨줬다.
아직도 병상에서 수혈을 받고 있는 코데데는 "IS가 400∼600명 정도 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을 납치했는데 대부분 여자들과 아이들이다"면서 자신의 세 자녀와 아내, 모친의 안위를 염려했다.
야지디족은 조로아스터 계열의 신앙을 조상 대대로 고수한 쿠르드 공동체의 일원으로, IS는 이들의 종교를 '악마 숭배'로 규정하고 박해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