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혐오 발언과 시위에 대해서도 법적 규제를 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이틀째 열린 대(對) 일본 심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고 특정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과 시위를 하는 이른바 '헤이트스피치'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선인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문제, 아이누족과 오키나와 원주민에 대한 차별 정책 등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의 해결도 요구했다.
중국의 황용안(黃永安) 위원은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국제기구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의무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일본 총리까지 나서 이를 덮으려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역사를 똑바로 인식하고 피해자들과 가족에 사죄와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루마니아의 디아코누 이온 위원도 "피해자들의 90%가 숨진 상황에서 서둘러 사죄하고 보상하라"고 강조했고, 토고의 아피와 킨데나 위원은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적 노예가 된 희생자들을 인정하고 보상해야만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벨기에 보쉬트 마크 위원은 "혐오 발언은 결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언어폭력"이라면서 "일본은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입법을 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카말 안와르 위원도 "혐오 발언을 결코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면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회한'(remorse)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B규약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일본의 인권 상황 심사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시위가 작년에 360차례 이상 이뤄졌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헤이트스피치를 국가 차원에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재일 조선인 학교 재정 지원 중단 문제에 대해 모리셔스와 알제리 출신 위원들은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려는 외국인 학교에 대한 인종차별이 아니냐며 시정을 요구했다.
회의를 참관한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단 관련 학교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계속되고 있으며 조선총련 계열 학교들만 지원이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답변에 나선 일본은 위안부 문제는 인종차별철폐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한일 양국 조약에 따라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이른바 '헤이트스피치'에 대해서는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계몽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고노 아키라(河野章)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 심의관은 "일본 정부는 성적 노예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문제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한일 양자조약을 통해 법적으로 해결됐으며, 여러 총리가 사과했고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보상도 했다"면서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노 심의관은 또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집권당도 외교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현재 계몽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선인 학교 재정중단 문제에 대해 일본 대표단은 조선인 학교가 교육법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재정 지원 재개에 난색을 표명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앞으로 일본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