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이슬람주의 민병대와 세속주의 세력간의 교전 격화로 혼란이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주의 민병대가 수도 트리폴리 공항에 이어 수도 전역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세속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새 의회는 이들을 '테러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슬람계 민병대 연합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는 트리폴리 공항 장악을 선포한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시내 다른 지역도 손에 넣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파즈르 리비아의 한 지휘관은 이날 파즈르 민병대원들이 트리폴리와 인접 도시를 장악하고 당초 이 지역에 있던 세속주의 진탄 민병대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파즈르 리비아는 앞서 전날 트리폴리 공항에서도 3년간 공항을 통제해온 진탄 민병대를 몰아냈다고 밝혔다.
공항에 이어 수도 전역을 장악했다는 파즈르 리비아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은 진탄 민병대 관계자들과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즈르 리비아는 공항 장악을 선언하면서 지난 6월 총선으로 구성된 새 의회 대신 이슬람주의 세력 주도로 2012년부터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임시통치기구 범민족회의(GNC)가 나서서 주권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GNC 의장이었던 오마르 흐메이단은 재소집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새로 구성된 의회는 파즈르 민병대를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합법성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 의회는 그러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위협 때문에 수도 트리폴리를 떠나 동부 도시 토부루크에 피신해 회의를 열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 출신 의원들은 새 의회를 보이콧했다.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트리폴리지역에서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민병대 간의 교전과 정체불명의 전투기 공습 등으로 최근 수일간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3일에는 벵가지에서도 충돌이 발생, 반(反) 이슬람주의 민병대측에서 8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전투기 공습의 표적이 된 파즈르 리비아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배후로 지목했으나 이집트는 이를 부인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과도정부가 들어섰으나 이슬람주의·세속주의 정파간 대립과 각 지역 무장단체 난립으로 사실상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