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검객, 잊어주세요'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가운데)이 27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미디어데이에서 남녀 에페 선수들과 함께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임종률 기자)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지 모른다. 아직까지 메이저대회 우승도 없다. 어떤 선수보다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만 다른 이유였다. 금메달이 간절한 이유다.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28, 계룡시청)은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누구보다 우승이 절실하다.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없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신아람은 아시안게임과 첫 인연을 맺었다.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의 성과를 냈다. 4년 뒤 광저우에서는 단체전에서만 동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만 없었던 셈이다. 세 번째인 인천 대회에서 삼세번의 각오로 나선다.
여기에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놓칠 수 없다. 신아람은 그동안 아시아선수권과 국제월드컵,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3번 개인전 정상에 올랐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오심 논란 속에 개인전 노 메달에 그쳤다. 당시 준결승에서 신아람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연장전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3번이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경기장 시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4번째 공격을 끝내 허용하며 결승행이 무산됐다.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아람은 허탈한 심신을 안고 3, 4위 전에 나섰지만 석패했다. 대한민국 전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희대의 오심 사건이었다. 이른바 '눈물의 1초'로 자신의 이름과 펜싱을 널리 알렸지만 첫 메이저 금메달의 아쉬움은 남았다.
이후 마지막이 될지 모를 메이저 대회가 인천아시안게임이다. 2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있지만 출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음 아시안게임인 베트남 하노이 대회는 2019년, 5년 뒤다.
신아람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시안게임"이라면서 "또 메이저 대회 우승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금메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이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운의 검객'이라는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신아람은 "내가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런던올림픽 때 한번 그랬던 것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마인드 강화를 위해 신아람은 "훈련 중에도 좋을 때보다는 좋지 않을 때를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 연마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런던에서 억울함의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려야 했던 신아람. 과연 인천에서 메이저 대회 첫 금메달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비운의 꼬리표를 날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