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에 러시아군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정규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진입해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반군에 군사장비와 군사 전문가들을 비밀리에 제공해 오던 러시아가 이제 아예 정규군과 무기를 대규모로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군의 대규모 공세로 반군이 붕괴할 위기에 처하자 전세를 바꾸려고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침입 사건을 들고 있다.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5일 새벽 러시아에서 탱크 10대와 장갑차 2대, 트럭 2대가 도네츠크주 남쪽 노보아조프스크 지역의 국경을 넘어와 도시에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탱크 등이 러시아군 장비들이며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정부군의 집중 공세로 붕괴 위기에 몰린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분리주의 반군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남부 지역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려고 노보아조프스크로 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또 같은 날 도네츠크주 동쪽의 암브로프스키 지역에서 국경을 넘은 러시아 공수부대원 10명을 체포했다면서 이들이 신분증과 무기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수부대원들이 반군 지원 작전 수행을 위해 월경했다가 정부군에 적발된 것이라며 이들 가운데 일부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10명의 공수부대원들은 수도 키예프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수세에 몰렸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분리주의 반군이 대규모 반격에 나선 것도 러시아의 무기와 병력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조랸 슈키략은 "러시아군이 대규모로 우크라이나로 침입했다"며 "이는 여러 경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교전 사태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했다는 보도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정보전의 일환으로 계속해 허위 정보를 흘리고 이를 서방 언론이 확대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억류된 공수부대원들에 대해선 국경 지역을 순찰하다 실수로 월경한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리주의 반군은 러시아군 개입을 인정하는 듯한 발표를 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약 3천~4천명의 러시아 의용대가 반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그들 중 많은 수는 이미 떠났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반군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인 의용대 가운데는 예비역 군인도 있고 현역도 있다"면서 "현역 군인들은 휴가를 받아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반군 편에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서방도 가세하고 나섰다.
카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제 우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규군 간의 군사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했다는 보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독일 총리 공보실이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 군인이 나타났다는) 보도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군의) 반격이 러시아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