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스페인 그린 카나리아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 한국과 호주의 경기 장면 (사진=KBL 사진 공동취재단)
높이와 힘, 기술 심지어 외곽슛까지 모든 면에서 상대보다 한수 아래였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9위 호주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완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31위의 한국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린 카나리아에서 열린 2014 FIBA 농구 월드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호주에게 55-89로 졌다.
전날 아프리카 지역예선 우승팀 앙골라에게 69-80으로 분패한 한국은 이로써 16년 만에 진출한 세계 대회에서 2연패를 당했다.
호주는 강했다.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한수위였다.
실전 감각 저하로 인해 앙골라전에서 극심한 야투 난조를 보였던 한국은 경기가 시작하고 두 차례 외곽슛 기회를 모두 놓쳤다. 호주는 달랐다. 3점슛 2개를 포함해 연속 10점을 올리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으로서는 오픈 기회가 생겨도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안은 채 슛을 던질 수밖에 없다.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 부담감은 더 커진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해 부담감은 더 커진다. 반대로 호주는 편안하게 슛을 던지는 인상이었다.
한국은 1쿼터 중반 교체 출전한 김선형의 중거리슛을 시작으로 반격에 나섰다. 앙골라전에서 15점을 올린 김선형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김선형은 순식간에 어시스트 3개를 올리며 조성민, 문태종의 3점슛을 도왔다. 한국은 1쿼터 막판 17-21까지 추격했다.
4점 차는 이날 경기의 최소 점수차였다. 이후 스코어는 계속 벌어지기만 했다.
한국은 21-27로 뒤진 2쿼터 초반부터 약 4분30초동안 연속 15점을 몰아넣어 승기를 잡았다. 한국의 실책은 예외없이 호주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호주의 속공 전개는 날카로웠다. 빈 틈이 없었다.
전반전은 호주가 44-29로 앞선 채 끝났다. 3쿼터가 끝날 때 스코어는 66-41로 벌어졌다. 호주 선수들은 개인 기량을 앞세워 과감하게 림을 공략했다. 골밑에서도 여유있게 슛을 노렸고 공격리바운드도 어렵지 않게 따냈다. 반면, 높이와 힘에서 열세에 놓은 한국은 수비리바운드 사수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국은 속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곽슛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쳐야 했다. 페인트존 득점이 많지 않았다. 호주와는 대조적이었다. 경기를 어렵게 끌고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조직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의 차이도 컸다.
문태종의 부상도 악재였다. 대표팀의 1쿼터 분전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문태종은 2쿼터 중반 교체돼 왼쪽 팔에 아이싱을 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선형은 앙골라전에 이어 팀내 최다득점자가 됐다. 총 13점을 기록했다. 조성민과 김종규도 각각 10점씩 보탰다.
호주에서는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2013-2014시즌 우승 멤버인 애런 베인스가 13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고 과거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날렸던 슈터 조 잉글레스도 17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