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박종민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KB금융의 경영을 조기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 금융위 전체 회의를 개최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신제윤 위원장이 5일 아침 KB금융 관련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시는 전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 의결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 두 사람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린데 따른 것이다.
현재 금융지주사와 증권사 임원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지만 은행이나 보험사 임원에 대한 일부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금융감독원장이 확정할 수 있다.
최수현 원장의 거부권 행사로 징계가 확정된 이건호 행장은 사퇴했지만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임영록 회장은 사퇴를 거부한 바 있다.
앞서 4일 최 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KB금융그룹은 그동안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로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주전산기 교체 진행과정에서는 이사회 안건 왜곡 및 허위보고 등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주-은행 경영진 간의 갈등 등으로 금융사에 대한 고객불안이 야기되고 자체수습노력도 미흡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융권 전체의 신뢰추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그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건호 행장에 대해서는 "주 전산기 교체사업에 대해 11차례 보고를 받았음에도 직무상 감독의무를 태만히 해 이같은 위법,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KB금융지주 경영진은 유닉스 전환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를 은폐해 보고하도록 국민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임 회장은 교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받았음에도 감독의무를 태만히 하고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금융위에 건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