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축구평가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헤딩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과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윤성호 기자 cybercoc1@cbs.co.kr)
"머리로 넣었는데 발을 올리라고 해서 당황했네요"
손흥민이 달려왔다. 기뻐하는 이동국 앞에서 한쪽 다리로 무릎을 꿇었다. 이동국을 향해 다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동국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발을 올렸다. 손흥민은 이동국의 신발을 정성스럽게 닦는 시늉을 했다.
이동국(35·전북 현대)의 날이었다. 이동국이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우뚝 선 날에 왜 자신이 한국 축구의 미래인가를 보여준 손흥민도 함께 웃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상처를 받은 축구 팬들에게 이보다 값진 선물도 없었다.
이동국은 5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100번째 출전, 센츄리 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2골을 몰아넣으며 한국 대표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국이 1-1로 팽팽하던 후반 7분 동점 헤딩골을 넣자 손흥민이 신발을 닦아주는 세리머니를 시도했다. 대표팀 막내가 최고참에게 선물하는 존경심 가득한 애교였다.
그런데 막내의 기습 애교에 정작 이동국은 당황했다고. "미리 짠 것은 아니다. 머리로 넣었는데 흥민이가 발을 올리라고 해서 당황했다"며 웃었다. 이어 "손흥민이 유럽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까 쇼맨십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베네수엘라의 골문을 노렸다. 신태용 코치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선수다. 항상 공격 지향적으로 드리블을 하고 슛을 노린다. 상당히 무서운 선수다. 그런 선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에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우뚝 선 이동국이 보기에도 손흥민은 대견한 후배다.
이동국은 "독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힘이 좋고 수비가 좋은 선수를 상대로 많은 골을 넣고있다. 오늘도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드리블과 슈팅을 자신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량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