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에게 브라질월드컵 출전 좌절은 시련이 아닌 도약의 기회였었다. 윤성호기자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이명주(알 아인)에게 브라질월드컵은 '악몽'과도 같았다. 2014시즌 시작과 함께 이명주는 K리그 신기록인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절정의 몸 상태를 자랑했다. 그의 축구대표팀 발탁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이명주는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단연 돋보이는 공격적인 재능에 비해 부족한 수비력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이명주는 활동 무대를 중동(UAE)으로 옮겼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홍명보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을 차기 감독 선임이 늦어지며 신태용 코치 체제로 9월 A매치를 치르게 된 축구대표팀은 이명주를 호출했다. 이명주는 한 뼘 더 자란 모습으로 축구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했다.
이명주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전반 33분 동점 골을 넣으며 3-1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경기 후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취재진과 만난 이명주는 "좋아하는 포지션에서 경기했다. 경기 전 많이 생각하고 뛰었는데 덕분에 좋은 경기했다"고 활짝 웃었다.
수비수 출신이지만 수비력에 합격점을 받지 못해 브라질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던 이명주지만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는 자신의 장점인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단점을 지웠다. 이명주는 "공격을 할 때면 마음이 편하다. 수비할 때는 힘싸움이나 일대일 대결에서 쉽게 제쳐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적을 하고 나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자신의 10번째 A매치에서 첫 골을 넣은 이명주는 "골을 넣어 기쁘다"면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고, 형들도 많이 도와줬다. 먼저 골을 내줬을 때도 형들이 차분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자신과 함께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베테랑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