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9일 오전(현지시간) 3박 4일간의 독일 체류 일정을 마치고 베를린 테겔국제공항을 떠났다. 두 번째 방문국인 벨기에 브뤼셀을 향해서다.
강 비서는 이날 일반인이 출입하는 게이트를 쓰지 않았다. 대신, 주차장에 마련된 별도 차량으로 출발 시각인 오전 8시40분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강 비서는 공항터미널 건물에서 나와 차량에 올라 비행기로 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북한-일본 간 접촉 여부를 비롯한 방문 성과를 묻는 언론의 질문이 나왔으나 대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지난 주말인 6일 독일에 입국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강 비서는 그날 저녁 공항 입국 때에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일부 일본 언론에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고, 밤에는 숙소 앞을 지키고 있던 일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작심한 듯 답변을 쏟아냈다.
메시지는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거 합의서 이행이었다. 방문 기간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된 일본이나 미국과의 만남은 없고 이번 방문이 독일과 정당 간 교류 차원이라고도 말했다. 일본 언론이 8∼9일 베를린을 찾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강 비서의 만남 여부에 촉각을 세우던 차였다.
이런 맥락에서 강 비서는 베를린에 머물면서도 독일 쪽 초청 주체인 것으로 알려진 사회민주당(SPD)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 선에서 현지 활동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는 9일 브뤼셀로 외교 무대를 옮겨서는 엘마르 브록 유럽의회 외교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이기도 한 그는 11∼13일 스위스 방문 기간에는 이브 로씨에 스위스 외교차관과 만나고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안보세미나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베이징(北京) 소식통 사이에서는 또 강 비서 일행이 귀국길에 다시 베이징을 거칠 가능성이 큰 만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평양방송은 앞서 6일 오후 9시 보도에서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몽골을 방문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강석주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당 대표단이 오늘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