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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에 집행유예? 法 내부서도 "납득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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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에 집행유예? 法 내부서도 "납득 안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황진환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있었던 마지막 공판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미약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한 비판의 시선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원 전 원장이 대선이 있던 2013년 당시, 여당과 대통령에 유리하도록 심리전단에 활동을 지시한 것을 '정치관여'로 인정한 재판부가 같은 활동을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의 수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국정원의 정치관여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 국정원 정치관여 지시에도 집행유예, 법원의 면죄부 논란

    형사합의21부는 앞서 원 전 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6000여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결국 원 전 원장은 1년 2개월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형을 모두 마치고 지난 9일 출소했다.

    재판부로서는 원 전 원장의 '개인비위' 혐의가 국정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훼손케 한 혐의보다 더 무겁다고 판단한 셈이 됐다.

    판결문에 나온 양형이유도 석연치 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기관이 국민들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을 들더라도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이 사건 범행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그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국정성과 등에 관한 홍보를 지시하는 한편,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반대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한 조직적인 정치관여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는바..."라며 심리전단의 정치관여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곧바로 "피고인이 적법한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오인함에 기인하여 범해진 것으로 보일 뿐, 정치적 공작을 벌일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지시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선을 긋는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원 전 원장은 대선이 예정된 해에 국정홍보와 야당 비난에 국정원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도 이같은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말이 된다.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개정전 국정원법에서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금지 조항 위반을 5년이하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로 처벌토록 무겁게 다루고 있다.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기자

     

    그나마 이 처벌규정도 올해 초 7년이하 징역, 7년이하 자격정지로 대폭 강화됐다.

    중정·안기부·국정원으로 대변되는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중립 확보는 영원한 한국 정치의 민감한 테마다.

    '원 전 원장이 불법인줄 모르고 지시했을 것'이라는 재판부의 해석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원 전 원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선고공판이 끝난뒤에도 "북한에서 우리나라 국가 정책을 스스로 기만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만 한 것"이라며 국정원법 위반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다 보니 법원 내부에서도 집행유예 선고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국정원법 취지나 국정원 수장으로 조직적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점 등을 감안할때 어떤 이유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 정치관여는 맞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다?

    국정원의 정치관여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는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더욱 논란이 뜨겁다.

    재판부는 아예 판결문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과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시 말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해서 반드시 더 좁은개념인 '선거운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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