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선이 밀입국 알선업자가 고의로 유발한 선박 충돌사고로 침몰, 500여명이 숨졌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터내셔녈뉴욕타임스(INYT)는 크리스티안 베르티옴 IOM 대변인을 인용, 지난 10일 몰타 앞바다에서 알선업자들이 배에 탄 난민들과 말다툼을 벌인 뒤 다른 선박으로 난민선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난민선이 침몰하면서 500여명의 난민 가운데 9명만 생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르티옴 대변인은 난민선에 탔다가 간신히 구조된 팔레스타인 출신 2명의 증언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다른 IOM 대변인인 레오나드 도일은 "생존자들의 진술이 맞다면 이는 지난 수년 래 최악의 난민선 침몰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우연한 비극이 아니라 알선업자들이 무력한 난민들을 고의로 익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당국도 이번 난민선 침몰을 형사사건이라고 확인했으나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문제의 난민선은 지난주 이집트 다미에타 항구에서 출발했으며 사건 당시 알선업자들이 난민들에게 자신들이 예인하고 있던 더 작은 배로 옮겨 타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난민들은 그 배가 너무 작아 위험하다고 여겨 지시대로 하지 않자 알선업자들이 다른 선박을 난민선에 충돌시켰다고 베르티옴 대변인은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생존자 2명은 지난 주말 이탈리아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정확하고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베르티옴 대변인은 덧붙였다.
당시 난민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수단, 이집트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팔레스타인 생존자는 물속에서 이집트 10대 소년과 몇 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렸다면서 이 소년은 아버지의 심장병 치료비를 벌기 위해 유럽행을 기도했으나 결국 차가운 물 속에서 기운이 빠져 익사했다고 말했다.
IOM은 또 유럽행 난민을 실은 또다른 배가 최근 리비아 앞바다에서 침몰, 승선자 250여명이 대부분 사망함으로써 1주일 사이에 난민 700여명 가량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들어 바다를 건너다 숨진 난민 수는 2천900명을 웃돈다고 IOM은 덧붙였다.
앞서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들어 지중해 난민 사망자가 급증하자 유럽 국가들이 긴급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