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부의 시리아와 접경한 작은 마을인 하즈파샤의 주민 대다수가 석유 밀수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모니터의 현지 르포 기사에 따르면 하즈파샤에는 국경을 따라 흐르는 오론테스 강 너머 시리아의 에즈메린 마을과 이어지는 불법 송유관이 500여개에 이른다.
에즈메린에서 출발한 송유관들은 강을 건너 하즈파샤로 넘어오면 밭 아래를 지나고, 읍내에 들어서면 수도관처럼 교차해 집 뒷마당까지 연결된다.
이 송유관은 밭에 물을 댈 때 쓰는 구멍이 작은 '고무호스'다.
밀거래는 휴대전화로 "펌프"라고 하면 시리아 쪽에서 석유를 보내기 시작하고 "멈춰"라고 하면 중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밀수한 경유를 뒷마당의 탱크에 담아 놓으면 고객들이 와서 ℓ당 1.25리라(약 600원)에 사가고 있다.
하즈파샤의 석유 밀수는 오랜 관행이었으나 서방 언론들이 터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득세를 내버려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들은 3월 전에는 국경을 경비하는 군인들이 밭 아래로 고무호스를 묻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지만 이후에는 경비초소를 세우고 밀수 단속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마을 사람 80~90%가 시리아에서 경유를 밀수하고 있다"며 단속이 강화돼 송유관 상당수가 제거됐으나 여전히 밀수는 이뤄지고 있고 가격은 ℓ당 3리라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는 '밀수를 하지 않으면 신붓감을 찾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 주민이 석유를 밀수한다는 것을 정부가 다 알면서도 봐줬지만 갑자기 범죄자로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군인들이 고무호스와 석유통 등을 압수하고 마을 주민들을 연행하자 주민들은 밀수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석유 밀수가 시리아 난민 지원의 대가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난민들이 집에 찾아오면 손님으로 대접했지만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국경을 넘어온 반군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밀수 대금이 IS가 아닌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에 들어가 시리아 난민 지원에 쓰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유 밀수로 세계 최대 테러집단이 된 IS가 터키에 석유를 팔고 있다는 보도는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3일 미국 정부가 IS의 석유 밀수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IS의 석유 상당량이 거래되는 암시장이 있는 터키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터키 정부가 시도만 한다면 IS의 자금원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전해 터키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터키 민영방송 NTV에 출연해 "이런 보도는 터키가 IS를 지원하고 서방과 멀어지려고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