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발 에볼라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에볼라 확산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프리카연합(AU)과 쿠바 정부가 의료전문가를 파견하기로 발표한 데 이어 중국도 의료팀 파견 계획을 밝히는 등 세계 각국의 에볼라 대책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복수의 미국 고위당국자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서아프리카에 군병력 3천명을 배치해 의료 등의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합동군사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자국 및 국제사회의 지원 활동을 조정할 계획이다.
서아프리카에 병상 100개를 갖춘 치료시설 17곳을 신설하고 1주에 현지 의료진 500명씩 에볼라 대응법을 교육시키는 방안도 마련됐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에볼라 대응을 위한 8천800만 달러(약 910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구했다. 이 중 5천800만 달러(약 600억원)는 실험단계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과 백신 2종의 신속한 생산에 배정돼 있다.
미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도 라이베리아의 40만 가구에 살균제와 의료용품이 든 구호용품 세트를 전달하는 프로그램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 국방부가 2014 회계연도부터 에볼라 관련 인도지원 업무를 위해 5억 달러(5천1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의 재분배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례적으로 오는 18일 에볼라사태 대응을 위해 긴급회의를 연다고 AP,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소집되는 긴급회의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함께 에볼라 확산 현황을 보고한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93개 회원국이 에볼라 대응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긴급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에볼라 사태가 악화일로로 심각한 상태이며 국제사회의 긴급 대응 없이는 더 큰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까지의 공동 대응은 충분치 않았고 협력을 강화해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가 공중보건 사안으로 회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2000년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회의가 열린 뒤 두 번째다.
아프리카연합도 15일 에볼라와 싸우고 있는 서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30명의 의료종사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팀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팀은 전염병학자, 임상의사, 공중위생 전문가, 커뮤니케이션 요원 등 자원봉사자로 구성되며 17일부터 에볼라가 가장 극심한 라이베리아에 배치되게 된다.
앞서 WHO는 지난 12일 쿠바 정부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의사, 간호사, 전염병학자, 감염통제 전문가 등 165명의 의료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0월 첫 주부터 시에라리온에 배치돼 6개월 동안 머물 계획이며 모두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WHO는 덧붙였다.
아프리카에서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에라리온에 59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16일 WHO가 밝혔다.
WHO는 중국 질병통제센터에서 파견되는 이들 실험실 전문요원들은 의사, 간호사, 전염병 학자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2012년 중국 정부 지원으로 세워진 중국-시에라리온 친선 병원에서 에볼라 대응을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챈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 대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더 많은 의료진"이라면서 "이번에 파견이 발표된 실험 연구팀은 기존에 있던 115명의 의료진과 합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2천만 켤레 이상의 의료용 고무장갑을 에볼라가 발병한 아프리카 5개국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고무장갑 생산국의 하나인 말레이시아는 "컨테이너당 190만 켤레씩, 11개 컨테이너 분량의 고무장갑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에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