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3포 세대', 그 원조는 바로 30대다. 74년생에서 84년생까지, 이 시대의 30대들은 IMF 구제금융 직후 굳게 닫힌 취업문을 시작으로 카드 대란, 벤처 대란, 부동산 대란을 잇달아 겪으며, '3포 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어렵사리 3포 세대의 고개를 넘어 결혼과 출산에 이른 지금 30대들의 삶은 그렇다면 희망적인가. CBS는 30대들의 대표적 불안요소를 주거, 직장, 노후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30대를 '3포 세대'에 이은 '3불(不) 세대'(주거불안, 직장불안, 노후불안)로 규정했다. '3불 세대' 기획을 통해 '불안한 대한민국의 허리', 30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이미지비트 제공)
"55세까지는 힘들 것 같고, 50세까지는 이제 10년 남았는데, 퇴직 이후엔 뭐하면서 돈을 벌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지 고민해봐야죠."
직장인 김상휘(39)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독하고 불안하다.
김 씨의 회사는 통상 50세가 되기 전에 상당수 퇴직을 하는 분위기다. 다섯 살과 세 살된 두 딸을 둔 외벌이 가장인 김 씨는, 마흔이 되면 금방이라도 명예퇴직이 눈앞으로 닥쳐올 것만 같다.
김 씨는 "저희 회사의 경우 많은 선배들이 50세가 되기 전에 회사를 자의든 타의든 그만 둔다"며 "기업들이 구조조정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얘기가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석명준(40) 씨도 비슷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50세를 기점으로 하나둘씩 짐을 싸는 회사 선배들을 보면 자신도 머지않아 짐을 싸야할 것만 같은 불안함에 몸서리친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두 아들과 아내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버텨야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경기 불황으로 최근 몇 년간 침체기에 빠진 회사 상황을 보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석 씨는 "이제 40이 되고 보니 내일이라도 퇴직을 해야하는 순간이 올 것만 같다"며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아야할 지, 뭘해서 먹고 살아야할 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창 회사를 위해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할 30대 직장인들이 실직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3불 세대의 세 가지 불안 가운데 '직장 불안'이다.
빠르면 20대 후반, 늦으면 30대 초반에 취업에 성공한 직장 초년생들이 취업과 동시에 퇴직 이후를 고민하는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30대들 사이에서는 '삼초퇴(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통계청이 집계·발표한 실업자 동향을 살펴보면, 50~59세 실업률은 2008년까지 9만 명 규모였는데 2009년 이후 12만 명 규모로 확대됐다. 전체 실업자 규모가 80만 명 규모로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50대 실업자가 2009년 이후 증가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같은 직장인들의 불안은 최근 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최근 남녀 직장인 1,08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의 퇴직과 은퇴를 주제로 복수응답이 가능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5명 중 1명은 자신이 50대 초반에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현 직장에서 예상되는 퇴직 나이가 51~55세라고 답한 응답자는 21.2%에 달했다.
반면, 56세 이후에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때문에 50대에 퇴직한다면, 현재 자신의 직무와 무관해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절반이 넘는 53.6%나 나왔다.
직장인 김양회(41) 씨는 "결혼은 늦어지는 반면, 은퇴는 빨라지고 있어 자녀들이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데 퇴직해야하는 직장 선배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며 "조직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아주 작은 희망도 허용되지 않고 자꾸 소모품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