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배드민턴 한일전 패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에 유리하게 경기장 내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자에서 '배드민턴 일한전에서 의혹의 역풍…4강 놓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날 펼쳐진 남자 단체전 8강전에서 바람의 영향으로 일본이 졌다는 뉘앙스다.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8강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3-2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을 힘겹게 누르고 9회 연속 메달 확보에 성공했다.
일본이 문제삼은 것은 단체전 첫 단식이다. 세계 랭킹 7위 손완호(국군체육부대)가 일본 에이스이자 세계 4위 다고 겐이치를 2-1로 누른 경기다. 요미우리신문은 "다고가 1세트를 이겼지만 2, 3세트는 다른 사람처럼 공세에 나선 상대를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고는 이 신문을 통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지만 2세트에서 바람이 불고, 그 후에도 그렇게 바람이 바뀌는 것은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상대는 바람이 바뀌는 것을 알고 있던 것처럼 침착했다"고 말했다. 마스다 케이타 코치도 "(코트가 바뀌어도) 항상 다고가 역풍을 안았다"면서 "2세트 도중 본부에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바람에 의해서 한국 선수의 공세에 다고가 기세를 잃었다는 견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협회가 일본체육회(JOC)에 경위를 보고해 대응을 일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팀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득춘 감독은 CBS와 통화에서 "바람은 누구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어떤 경기장을 가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역시 이 때문에 경기장 내 에어컨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본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이 감독은 또 "일본 코치가 경기 중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이런 얘기가 나온다"면서 "일본 협회에서 똑같이 경기를 한번 해보라"고 강조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계양체육관은 한번 경기 중 정전까지 일어날 정도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면서 "경기와 방송 중계 장비 때문에 에어컨을 항상 켜지 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