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비가 오려나' 22일 태국을 5회 콜드게임승으로 누른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2연패 가도에 날씨 변수와 맞닥뜨릴 예정이다. 운명의 대만전이 열릴 24일 비가 예보돼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태국전 대승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는 모습.(인천=박종민 기자)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산뜻하게 출발한 한국 야구. 하지만 뜻밖의 복병이 나올 수도 있다. 다름아닌 날씨 변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2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태국과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0,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몸 풀 듯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힘차게 금빛 기지개를 켰다.
워낙 약체라 논할 바가 적지만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린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국내 리그와 다른 공인구로 치른 첫 공식 경기다. 선수들이 낯선 공인구에 대한 적응도를 높였다. 이날 선발 김광현(SK)과 승리 투수 유원상(LG)은 경기 후 "아직 공이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1위의 분수령이 될 24일 대만과 2차전을 위한 예열도 마쳤다. 이날 대표팀 타선은 장단 13안타를 터뜨렸다. 상대 투수 구속이 빠르면 130km대밖에 되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날 유일하게 삼진을 당하기도 한 박병호(넥센)는 "그래도 마지막 안타는 잘 맞았다"고 했다.
▲24일 운명의 대만전, 비 예보 '연기 가능성'이런 가운데 경기 외적인 부분이 걸린다. 바로 우천 취소로 인한 일정 변경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일정은 나쁘지 않다. 24일 대만, 25일 홍콩과 조별리그를 치른 뒤 26일 하루를 쉬고 27일 준결승, 28일 결승을 갖는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치른 국제대회를 감안하면 괜찮은 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가 변수다. 대만과 2차전이 열리는 24일 인천 문학구장은 비가 예보돼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 확률이 오전 90%, 오후 70%에 이른다. 경기가 열리는 18시 이후로는 비가 잦아든다지만 워낙 알 수 없는 요즘 날씨다.
만약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된다면 예비일인 26일에 재개된다. 그렇게 되면 대표팀은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25~28일까지 4연전, 부담스러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양 총장은 "중간에 휴식일을 취하는 것과 4번 연속 경기하는 것은 천양지차"라면서 "투수 운용과 선수들의 체력 등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25일 홍콩과 3차전은 차치하더라도 3일 연속 긴장 속에 경기를 해야 한다. 26일 대만, 27일 4강전, 28일 결승전이다. 특히 필승조가 3일 연투를 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야구에서 연전을 충분히 경험한 선수들이지만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부담스러운 4연전-서스펜디드 경기 등 변수
예정대로 26일 휴식을 취한다면 대표팀에게는 꿀맛이다. 24일 난적 대만에 전력을 쏟아붓고 쉬어가는 식으로 홍콩과 맞선 뒤 4강과 결승을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가 훼방을 놓는다면 이 시나리오가 물거품이 된다. 양 총장은 우스갯소리로 "만약 우천 연기가 된다면 25일 홍콩전 선발로 예정된 홍성무(동의대)가 완투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성무가 최대한 길게 던져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 일정은 아시아야구연맹(BFA)가 주관한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어제 비 예보와 관련해 BFA 쪽에 알려줬다"면서 "일단 당일 경기가 취소되면 그때 예비일 경기 시각 등 세부적인 일정을 논의한 뒤 통보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스펜디드 게임(일시정지)이 선언될 수도 있다. 경기가 시작되더라도 비로 도저히 속개가 어려울 경우다. 정 부장은 "여러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면서 "비는 아니지만 예전 베이징올림픽 때도 서스펜디드 경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안방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 과연 하늘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 날씨와는 관계 없이 우승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